결혼 전에 친하게 지내던 지인분이 인사이트 카드 아로마 오일 상담을 해줬었다. 그 당시 나는 네롤리 카드가 나왔었다. 아로마 인사이트 카드는 각 각의 아로마 오일을 통해 받은 영감을 이미지로 그려낸 42장의 아로마 오일 카드다. 네롤리 카드는 풍성한 곱슬 머리카락을 흰 천으로 단아하게 묶은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인이 오렌지 나무 아래에 서 있는 모습이다. 짙은 초록빛 바탕에 네롤리 꽃잎이 성글게 떨어지는 카드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가 내려앉은 초록 정원에 서 있는 기분을 불러 일으킨다. 오일 뚜껑을 열면 향 확 퍼지지 않고 천천히 열리며 다가온다. 마치 햇빛이 바로 들지 않는 정원에 한 발 들여놓는 느낌이다. 갓 씻은 비누처럼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고, 햇볕에 말린 흰 천처럼 따뜻하다.
네롤리 향기를 맡고 있으면 그 향이 너무 좋아 자꾸 향 속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기분이 드는 오일이다. 네롤리 카드는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상황에 나올 수 있으며 주로 여성들이 결혼을 앞둔 시기에 자주 나온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현재 남편이 된 사람과 결혼을 해야 좋을지 안하는게 좋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한 번 헤어진 기간이 있었고 내 마음이 이 사람과 헤어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진행하는 결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가진 상태로 결혼을 하는게 아직도 맞는지는 모르겠다. 결혼 한 지 10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모르겠으니 그당시 생각이 얼마나 많이 왔다 갔다 했었을까.
몇 해가 지나, 또 다른 인연을 통해 인사이트 카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더운 여름의 열기가 가실 무렵 한 지인이 인사이트 카드로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주겠다며 불렀다. 결혼 전에 받았었던 추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첫째를 등원시키고 둘째와 함께 지인에게 향했다. 지인은 나에게 요즘 가장 고민되는 게 무엇인지 떠올리고 카드를 뽑아보라고 했다. 내 입에선 보낼 생각도 없으면서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는게 어떨지 고민이라는 말이 나왔다. 고민이라는 질문에 육아에 지친 마음이 그렇게 표현되었나보다. 그때 나왔던 카드는 메이창과 네롤리 다른 한 가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인은 그 향들에 오일을 섞어 작은 롤온을 만들어 주었다. 깨끗하고 따뜻한 네롤리 향에 상큼하지만 달지않은 레몬빛 메이창 향은 지친 나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나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어린시절부터 유독 향에 민감하고 향을 좋아했던 나였다. 지인이 만들어준 롤온은 일상에 기분좋은 전환을 가져다 주었고 다 써갈 무렵 필요할 때마다 내가 만들어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시는 분이 계셨고 그렇게 아로마 오일과 카드가 우리집으로 배송되었다. 카드 안에는 작은 책자가 들어있었다. 이 향들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적혀있는 책자였다. 인사이트 카드는 한동안 나에게 작은 놀잇감이 되었다. 전환이 필요할 때 카드를 뽑고 향을 맡아보았다. 책자에 나와있는 설명들을 읽어보지만 지금 내 상황과 이 향들이 왜 나온건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궁금해졌고 알고싶었다. 아로마 오일을 판매하시는 분이 수업도 하신다는 얘기가 생각났고 그렇게 아로마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붙어 있다가 토요일 오전에 잠깐 수업을 듣기 위해 노트북을 챙겨나가는 시간은 생활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깐 나간다는 자체로도 좋은데 좋아하는 향기까지 듬뿍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은 충분했다.
카드 이미지를 보며 오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을 맡고 있으면 내가 있는 곳은 실내지만 작은 정원에 와 있는 듯했다. 오일에 대한 설명이지만 결국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 수업 시간은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오일이 가진 특성과 그 오일을 주로 뽑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 사람들이 가진 과제에 대한 이해가 조금 생기기도 했다.
한 시간 반가량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현재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오일들을 생각하며 카드 석 장을 뽑고 향을 맡은 뒤 다시 육아 세계로 돌아갔다. 카드가 답을 알려준 적은 없었다. 다만 그날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에 지쳐 있는지를 조용히 비춰주었다. 향을 맡고 있으면 문제는 그대로인데 마음의 결은 조금 달라졌다. 지금도 전환이 필요할 때면 카드를 뽑고 향을 맡는다.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