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내 나는'의 그 '쉰'인가

엊그제 오십이 되었습니다

by 갸름이 조문희

엊그제 오십이 되었습니다. 앞자리 수가 4에서 5로 바뀐 겁니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반갑지 않아요.


늦깎이 대학생 시절, 앞자리 수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뭔가 부모로부터의 연결된 끊 끊고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런 엄청난 생각까지도 들었거든요. '이제부터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거야!!' 평소 대단한 준비성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안착한 30대 차라리 어른이 된 듯 편안했습니다.

"언니,른이 되니 마음이 어때요. 괜찮아요?"

"괜찮아, 생각보다 좋은데? 뭐랄까... 이제 진짜 어른이 되는 느낌이야 "

"어머! 언니 정말요? 진짜 괜찮아요?"

"응. 나 진짜 괜찮은 거 같아..."

호기심 꽉 찬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에 저는 썩 괜찮은 서른 살 아가씨였습니다.


3에서 4로 앞자리 수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좀 더 무르익은 어른이 되는 듯했어요. 내 인생에 더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과 40이라는 숫자와 마흔이라는 어감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거든요.

마흔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가을 가을 한 색채감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괜찮았어요. '제대로 한번 가을 느껴...?' 이런 마음까지도 들습니다. 그러니 마흔은 고상하면서도 우아한 인생을 살고픈 골드미스제게 딱! 인 색채감이었습니다.


친구와 주변 지인들은 앞자리 수가 바뀔 때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습니다. 2에서 3이 그랬고 3에서 4 더 그랬다요. 평소 아주 예민하고 감성적인 나이지만 왜 그랬지? 의문이 날 정도로 그렇게 거부반응 생기지 않았는데 '그냥 받아들여야 해!' 이런 것도 아니고 '어쩌겠어 마흔이 됐는데.' 이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뭔가 어른이 된 듯, 주체적 어른이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었고 내 인생을 끝까지 잘 책임지고 가야겠다!! 그래요,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아, 그러나 웬일인지 50은 아닙니다. 쉰 살!!

그러니까 '쉰내 나는'의 그 '쉰' 같은 쉰 살.

사실, 50이 저만치에 있을 때부터 이상하게 긴장되고 한숨 났습니다.


쉰 살이 뭐람?
'쉰내 나는'의 그 '쉰'인가?



자꾸만 심기를 건드리는 쉰 살이라는 말은 그 말만으로도 몸의 어딘가가 쉬 어버린듯한 느낌이어서 더 이상의 신선함은 바랄 수 없는 인생처럼 느껴습니다.


앞자리가 바뀌었어도 마흔은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는, 늦가을의 그윽함이 묻어 있어 안심이었 예순도 마찬가지, 험한 겨울을 이겨낸 인고의 새순 같은 예순으로 느껴져 괜찮았는데... 가운데 낀, 어감부터 영 마음에 안 내키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쉰 살에는 아무리 마음을 크게 쓰려해도 ~ 정이 갈 리가 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은 이제 나는 오십이 되었다는 잖아요.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기로... 뻗대면 뭐 달라지나요?

이렇게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니 평소 위기를 기회로았던 기질이 싹~ 나오더라고요.


그래, 기왕 시작된 50대를 좀 더 다르게 접근하고 살아보자!



사실, 지금의 50은 이전의 50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이 50이 되면 여기저기 몸 고장 나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는 그런 때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영양상태가 이전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 의료 수준 의료 체계 또 얼마나 대단한지 세계 최고 아닌가요?

매스컴에서 연일 100세에서 110세, 120세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명을 늘려놓고...

좋게 생각해봅니다. 어찌 됐든 이 말은 마음먹고 건강 관리를 잘하면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아닐까요?


이전과는 다른 50대는 60을 살짝 끌어다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환갑잔치하시는 분들 본 적 있나요? 환갑잔치가 사라진 지 아주 오래지 않나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잔칫상을 받니?


그래요. 자식, 손자, 며느리가 곱게 한복 차려입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환갑을 맞이하신 부모님의 잔치 이제 어디서도 보기 힘들잖아요. 변했다는 거예요


60도 이러니 50은 더 실제 나이와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 사회적 나이와의 리감이 훨씬 크다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 막 50이 된 분들이나 밖에서 50대를 바라보는 분들이나 모두 이전과 같은 생각으로 50, 쉰 살!! 을 바라보지았으면 좋겠습니다.


펜데믹이니, 디지털 시대니, 4차 혁명이니...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결코 쉽지 않지만 사실 우리만 당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에겐 경험이라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재산이 있잖아요. 그러니 뭐라도 해 보기로 해요.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되잖아요.


세상은 넓고 시간도 많은데 이 넓고 큰 세상과 길고 긴 시간을 우리보다 아주오금 젊은 사람들에게 몽땅 다 내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P.S.

슬기로운 50대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

글을 쓰며 쉰 살을 다독이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