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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치유 Apr 19. 2024

그저 정상에서 문뜩 떠오르는

후기

12/29(목) : 출국 전날


 저녁에 짐을 싸고 마지막으로 야경이 보고 싶어서 홀로 피크에 갔다 왔다. 2층 버스는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더 무섭다는 것을 다시 느끼며 피크의 쇼핑몰 전망대에 도착했다. 확실히 가게들이 다 문을 닫으니 사람들도 없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쉽게도 저 멀리 건물들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하늘 위 들은 평소보다 유난히 잘 보였다. 한국과는 조금씩 위치도 종류도 다를 별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이번 홍콩 교환학생은 저 별과도 같았다. 항상 밤마다 올려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리는 것은 구름이 아닌 바쁨이었다. 너무 바빠서 한국에서 내가 겪는 모든 것이 그저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홍콩에 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영어를 쓰며 사는 삶도 그리 무섭지 않다는 것, 밝은 홍콩 속 가정부의 어두움도 있다는 것,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겨울에 히터 없는 지역도 있다는 것 등등... 참으로 모든 것에서 '다름'을 느꼈고, 그 다름 속에서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사실 교환학생에 와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 당연하다. 평생을 한 나라에서 살아도 처음 들어보는 지역 이름도 산더미인데, 고작 3~4개월 하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나는 공부를 했지만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는 이었다. 


 꿈, 돈, 목표 등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하다. 추구하는 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나의 법칙이었다. 그래서 매일 놀거나 쉬는 시간 모든 것이 낭비와 같다고 느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홍콩에 오고 나서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내 고유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새로운 법칙을 세웠다. 어떻게 시간을 쓰든,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법칙의 이름을 붙인다면? 음...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 <2022, 홍콩 견문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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