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는 올해 일하기로 한 모든 선생님이 다 만났던 날이었다. 유치원을 이직하는 사람의 경우 전 기관과 계약기간을 다 지키고 새로운 기관에 오기 때문에 출근 날짜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새로 만난 선생님들은 나보다 스펙도, 경력도 다 좋은 분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누가 뭐라하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 꿀릴 때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은 경력자고, 대학원을 다니고, 일도 잘하고, 돈도 더 받고, 더 밝고 씩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수업자료를 만드는데 한참을 붙들고 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쓱쓱 몇 번의 가위질을 하고 나면 완성된 상태이다. 나는 한 가지 고민에 대해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대는데, 이를 털어놓으면 다른 선생님은 한 번에 명쾌하게 정리해주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의 자존감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자유선택활동 때 유아와 함께 놀이를 하다가도 '나는 왜이렇게 못 놀아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학부 시절 때 들었던 놀이확장, 공동놀이자 등에 대해서 배움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나는 도대체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현장 경력자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초임 교사는 무엇이든 낯설어요. 그건 본인이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명쾌한 해답이었다. 어떤 초임교사든 교사는 처음인 것이니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 교사로서는 처음 살아보는 사람이었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초임'이라는 이유로 여러 실수들에 대해 용서가 되기도 하니까. '경력교사가 왜저래?' 라는 말 보단 '초임이니까.' 가 더 속편하지 않을까. 작은 일에도 용감하게 부딪혀보고, 에너지를 소비하다 못해 낭비해도 괜찮은 시기가 바로 초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가끔 불쑥불쑥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있다. 하찮은 실수를 할 때에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위의 조언을 생각하고 있다면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수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유치원 현장에서 했던 실수들로 인해 나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