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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일기 |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습니다. (1)

2차 임시보호 45일째

by 민강윤


나는 임시 보호를 후회했었다.

낮잠 자고 있는 냥냥이



"2022년 11월 3일에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반려동물과 살아본 경험이 없고 유기견에만 관심이 많았던 나는 유기묘 임보를 부탁받고 냉큼 수락했는데, 그 이유는 입양처가 정해져 있어 부담이 없었고 짧은 기간 동안 반려동물과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조금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다.


나는 11월 3일 첫날밤부터 후회했다.

냥냥이(이름은 비밀이다)는 같이 다니던 형제와 떨어지고 사람이 사는 공간에 처음 들어와 서러움과 무서움에 내내 울었다. 그리고 나는 작은 생명이 혼자 걸어 다니는 소리에 적응하지 못해 일주일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점점 넋에 나갔다.


나름 평소에 영상도 많이 보고 동물을 좋아하니까 잘 돌볼 자신이 있었지만 나는 아래 여섯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1. 고양이 배변 냄새가 이렇게 지독할지 몰랐고

1.1 심지어 나는 배변 냄새에, 잠에서 깬 적도 있다.

2. 겁이 많은 고양이가 이렇게 많이 우는지 몰랐고

3. 털이 이렇게 많이 빠지는지도 몰랐고

4. 밤에 돌아다니는 소리가 크게 들릴지도 몰랐고

5. 사료 냄새가 이렇게 진할지도 몰랐고

6.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만지지도 못할 줄 몰랐다.


그저 밥을 챙겨주고 멀찍이 떨어져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있을 때 냥냥이에 대한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이었다.


유난히 바빴을 때 야근 후 집에 도착했더니 바닥에는 배변이 묻은 이상한 실 같은 것과 투명 토사물 흔적이 네 개가 있었고, 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그사이에 세 번이나 더 투명토를 해서 나는 멘탈이 나가 펑펑 울면서 구조자분에게 연락해 함께 병원에 갔다.


검진 결과 장 속에는 기생충이 가득해 장염 증상과 함께 장이 부어있어 위액을 토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쩐지 잘 먹지도 못하고 한창 자랄 때 살도 안 찌고 그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런 줄 알았다. 의사 선생님은 냥냥이가 배가 아팠을 거라고 했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정말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섬세하고 겁이 많은 우리 냥냥이는 하루 입원하고 그다음 날 다시 집에 데려오니 화장실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냥냥이한테 밥을 조금이라도 먹여야 했다. 그렇게 화장실에서 한참을 같이 앉아있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이마를 쓰다듬어주고 조심히 안았는데 의외로 얌전히 있는 것이다!

병원을 다녀와서 어리광쟁이가 된 걸까?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은 상태에서 밥그릇을 가져와 사료를 직접 한 알씩 먹였다. (혼자서는 먹지 않았다...)


이렇게 이날 이후로 나는 냥냥이와 아주 친해졌고 아직은 사람의 움직임을 무서워했지만 내가 가만히 앉아있으면 발톱, 빗질 등의 기본적인 관리도 해줄 수 있었다.


이렇게 친해지고 나니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 난 해외 출장 일정과 동시에 냥냥이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원래 정해진 기간보다 일주일 정도 더 임보 할 수 있었는데 해외 출장 업무 때문에 할 수 없었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냥냥이를 떠나보냈다.


그렇게 1차 임보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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