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 사명서

인생의 변곡점

by 명경

내가 교사로 10여 년을 지내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있다면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일으키는 것(정말 아주 미세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변화라도)이라는 것이다.

사실, 학생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은 그들의 긴 인생 여정을 두고 보았을 때 어느 한 시점을 함께한 어떤 한 사람일 뿐이다. 그들의 인생여정을 하나의 긴 수직선으로 나타낸다면 교사란 존재는 그 수직선 안에 머문 한 점에서 만난 어떤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처음 이 사실에 직면했을 때 나는 많은 좌절감이 몰려들었다. 교사로서의 사명은 내 기준에서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길러내는 것인데, 1년이란 시간은 너무 턱없이 부족했다. 1년이란 시간은 언뜻 보면 길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1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난 개인적으로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태도에 그 교육적 목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태도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1년을 바라보면, 내가 한 열심에 비해 아이들은 한없이 더디 변화하는 것 같았다. 내 자신 스스로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때쯤 난 항상 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한없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내 삶의 동기부여가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의 결론은 의외의 방향과 깨달음으로 전개되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직선의 어떤 한 점에서 방향이 살짝만 틀어진다면, 처음에는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하여 원래의 궤도에서 벗어난 지도 모르지만, 이 직선이 이대로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변화는 엄청날 수도 있겠구나!”

이 깨달음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한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내려놨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토막글을 써보기도 하고…, 내 생각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난 학생들을 위해 그저 조그만 울림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교사로서 해야 할 것들을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저 하면 됐으니까.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고,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원인과, 공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사유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앞으로 풀어가고 싶은 이야기 중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이 백일 간 쓰는 백장의 글이 인생의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는 오리엔테이션 말미의 한마디는 인생의 변곡점에 대해 끊임없는 사유를 불러일으켰고 앞서 말했던 나의 이야기와 인생의 변곡점을 겹쳐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하면 인생을 바꾸는 아주 강력한 변화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인생이란 수직선에서 변곡점이라고 하면, 매우 큰 각으로 인생의 각도를 바꿔버리는 지점이라고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내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변곡점은 내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지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변곡점은 이런 것이다.

그 점을 지나면 작고 소소한 변화가 생겨나고, 그 변화는 나를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나에게 강력한 힘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백일백장을 통해 이런 인생의 변곡점을 맡길 원한다. 무언가 거창한 것들은 사람을 쉬이 지치게 만든다. 새해에 하는 거창한 다짐은 쉽게 무너지지만, 조금만 나아지는 내가 되자는 작은 다짐은 1년 동안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성장시킨다. 각을 너무 틀어서 나아가면, 진정 원하던 방향성을 잃을 수도 있고, 급격한 변화에 경로를 튕겨져 나갈 수도 있다. 거창하기보단 소소하게, 각을 너무 틀어 급하게 가기보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길 기대하며 이 글쓰기의 시작에서 나의 사명을 선언한다.

나에게 이 도전은 거창한 결과물을 내기 위함도 아니고, 내 인생에 급격하고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도 아니라고 선언한다. 그저 내 생각을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그리고 내 생각이 좀 더 성장하길 바라는 작은 도전이라고 선언한다. 그래서 난 그저 할 것이다. 이 도전의 성공이나 실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쓸 수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써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작은 소망과 꿈은 덧붙이고 싶다. 내가 쓴 글이 어떤 이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