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전환(1)
오늘날 이런 힘의 변화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의 예를 들어 보자. 과거에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부모가 가진 힘과 권력은 아주 명확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명령에 따르고 복종하는 것이 자녀가 가져야 하는 덕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과거에 비해 매우 평등해졌다. 가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적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때릴 수도, 과도하게 훈육할 수도 없다. 자녀들 또한 학교나 사회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배우면서 은연중에 부모가 나보다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자녀와 부모의 힘의 저울은 비등비등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갈등 해결 과정은 예전과 비슷하다. 여전히 부모는 부모입장에서 자녀를 훈계하고 자녀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반항한다. 때로는 자녀가 갑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생의 그림자를 밟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 역시 수평적인 관계에 가깝다. 하지만 학교에서 역시 학생들끼리 싸우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갈등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교사이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권위에 도전할 방법이 상당히 많고 전혀 절대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는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다.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너무 빠른 탓일까. 갈등을 해결하는 구조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사회구조는 수평적인데, 갈등의 승자는 여전히 힘이 센 사람이다. 수평적인 사회구조와 수직적인 갈등해결, 평소에는 수평적인 관계가 갈등이 일어나면 수직적인 관계로 회귀하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사회는 맞지 않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