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속에서 고독을 찾다.

2023년 11월에 쓴 글.

by 바기넉

올해 초 춘천시가 법정 문화도시 ‘최우수도시’로 선정된 이후, 많은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듯하다. 시민의 일상이 문화가 되고 문화적 삶이 보장되는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춘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렸다. 특히, ‘석사천 재즈페스타’가 성황을 이루면서 ‘문화슬세권’이라는, 지방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키워드를 뽑아내기도 했다. 춘천은 이제 그 어떤 도시보다 ‘힙(hip)한’ 전시와 공연, 축제가 넘치는 곳이 됐다.

문화도시는 빽빽한 축제 일정만큼 스마트폰 속 달력에 다양한 커뮤니티 일정을 선물했다. 시민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존감을 되찾고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열려있는 공유지 몇 군데가 생겨났고, 개인이 자신의 공간을 활짝 열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됐고, 그 관계를 위해 더 바삐 움직이게 됐다.

이를 통해 시민으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행정과 정치에 의존적이던 시민들이 주체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피켓시위’나 ‘민원제기’와는 결이 다른 행위로 ‘존재함’을 과시했다.

나 역시 소속된 협동조합을 통해 3년 전부터 ‘소셜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밥 한 끼 먹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지역 청년들, 특히 1인 가구 청년들의 ‘바운더리(boundary)’를 확장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큰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모임이 하나의 일과가 되어버렸고, 혼자 있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이 연결의 시대 속에서 고독을 찾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공허했다. 시대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패배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커뮤니티 범람의 시대 속에서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나’에게 원인이 있었다. 신중하지 못한 단발성의 커뮤니티는 오히려 소모적인 활동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사적인 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자 이런 얘기를 들었다.

“선의라는 가치성 아래 개별체가 존중받지 못하는 것.”

이제는 ‘핵개인’의 시대로 자발적 고립 역시 존중되는 공동체, 나아가 공생체로 커뮤니티가 한 단계 진화해야 하는 것이다. 한병철 작가의 책 《서사의 위기》에선 스마트한 삶 속에서 스토리보다 서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커뮤니티 속에서 ‘스토리’와 ‘정보’, ‘자기 마케팅’이 아니라 ‘서사’와 ‘경험’,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주체로 진화할 테니까. 마찬가지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사업도 이런 진화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됐으면 한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자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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