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27. 2024

두 번째 아이를 낳듯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첫째 아이를 낳을 때는 아는 것이 없어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오랜 진통 뒤, 하혈이 시작했고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했고 죽음의 공포 속에 아이를 만났다. 


 둘째 아이는 날짜를 맞춰 예약하고, 친한 언니가 간호사로 있는 병원 수술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아이를 낳았다. 가족들의 기도 속에서 익숙해진 남편의 간호를 받으며, 아프지만 아는 고통이라 불안하지 않게 산후조리를 했다. 


사뭇 다른 출산의 경험이었다. 



 나의 출간의 경험도 비슷하다. 첫 책은 '드디어 내가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는구나!' 하는 햇살 같은 설렘과 "'이게 책이야?" 하는 질타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속에서 출간했다. 북콘서트에는 몇 명이 올지 몰라 작은 독립서점임에도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손에 땀을 쥐어가며 긴장했고, 하루 종일 거의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출판사를 찾아가던 날부터 내 앞에 내 책이 배달되던 순간, 북콘서트의 시간들이 모두 나에게 각인되어 있다. 


 두 번째의 경험은 달랐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내 책을 내가 만들기 시작했고 12주 동안 속전속결로 완성시켰다. 설렘보다는 내 색을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어려운 컴퓨터 앱과 싸우느라 고뇌했다. 겉지를 만들기 위해 요즘 에세이집의 트렌드가 어떤지 몇 날 며칠을 검색하고서야 대략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책, 이 아이는 부족한 걸 알지만 마냥 사랑스러운 우리 둘째 아이 같다. 표지도 속 내용의 구성도 흐트러져 있으나 나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책, 여전히 서툴지만 알고 서툴기에 애교스럽게 느껴지는 책, 설렘은 덜하나 그냥 내 거인 소중한 책이다. 


 감사하게도 도서관에서 출간기념회도 열어 주셨다. 꼭 초대하고 싶은 지인 몇 분과 가족들이 축하해 주었고 나 외에 5명의 신인작가분들과 함께해 더욱 풍성했다. 바람길 독립서점 김수현 선생님의 능숙한 진행으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들이 이어졌고 맛있는 다과와 아름다운 꽃다발이 차려져서 잔칫집 분위기였다. 

 태어나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건 숙명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책을 만드는 경험을 할 거라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만큼 신기하고 어렵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귀여운 두 번째 책은 우리 둘째 아이처럼 마냥 사랑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혹부리 영감은 살아있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