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글쓰기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by 리아

브런치 작가가 된 지는 벌써 4차이다. 무색하게도, 그동안 막상 쓴 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 작가 승인을 받았을 때는 정말 설레고 기뻤었다. 당장이라도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안에 영감이 넘치는 기분이었고 들뜬 마음뿐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그것도 한 번에 붙었다며 저녁식사 자리에서 법석을 떨며 한바탕 자랑을 했었다.


이게 바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건지. 아니면 생각보다 쉽게 작가가 되어버린 탓에 누군가는 계속 도전하는 자리인데 그 귀한 자리인 줄 몰라서인지. 글 쓰는 것을 자꾸만 미루게 됐다.

"이번 주 발행 하나 했으니까 다음 주에나 쓸까." 라며 하루 미루고, 일주일 미루다 보면 일 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몇 번의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브런치에 돌아오곤 했었다. 그게 벌써 몇 번째더라?




요즘 글쓰기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에 "강원국의 글쓰기,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를 읽고 있다.

내용 중 나에게 위안이 되는 말이 있었다.


심리학에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 이에 반해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허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야말로 능력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써야 할지,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내가 만든 문장은 왜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한지. 쓰다 보면 '내 주제에 글을 쓰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자괴감이 들지만 무시하고 꾸역꾸역 써내려 가는 중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나 스스로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브런치 작가 승인도 한 번에 되지 않았던가! 학창 시절엔 종종 백일장에 나가 상도 타오곤 하지 않았던가!" 알고 보면 여태까지 내 능력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에 저장돼 있는 것을 길어 올려 쓰려면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내 안에 쓸거리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글 쓰는 것에 위축되지도, 너무 겁먹지도 말자. 강원국 님의 말씀처럼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보자. 차근차근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매일 꺼내어 보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만 돌이켜 보면 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도 그랬다.

물이 무서워서 몸에 힘을 하나도 뺄 줄 몰랐다. 기본 발차기조차 안 돼서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에만 맴돌곤 했었다. 체력만 배로 소모한 채 말이다. 남들만큼 못 한다면 그저 꾸준히 수영장에 나가서 물이랑 친해지도록 노력했다. 매일 한 시간씩 연습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수영하는 날들이 쌓이자 실력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물살을 가르고 나아갈 수 있게 되자 재미가 붙었다. 재미가 생기니 더 열심히 했다. 어느새 반에서 선두 그룹에 있을 정도가 됐다.


꾸준히 수영을 하니 실력이 늘었던 것처럼. 글쓰기 역시 그렇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완벽하게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글쓰기랑 멀어진 게 아닐까. 오늘은 몇 줄, 내일은 몇 문장.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지금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듯, 자유롭게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