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대로 하자고 우기는 게 무슨 조언이야

by 하나둘셋

친구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성심을 다해 조언하고 도왔다. 흔히 말하는 공감형은 아니라서 친구가 처한 상황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안하고 친구가 그 방법대로 해결을 시도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기획 회의를 같이 하기도 하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 주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전문가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밤새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친구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고, 끝내 나의 조언을 외면하고 안주를 택하면 몹시 아쉽고 화가 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세 명의 친구가 연달아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탈락이 빤한 방식을 고집하더니 결국 탈락했고, 비난받을 게 빤한 언행을 끝내 참지 못해서 비난을 받았고, 반드시 잡았어야 할 기회를 포기한 이후 계속해서 업무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 세 명에게 나는 더할 수 없을 만큼 정성을 다했던 터라, 그리고 그들이 계속 내게 와서 도움을 청하고 내가 말한 대로 하겠노라 했던 터라, 그들이 끝내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한 것을 나중에 알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실망이 컸다. 더 나아가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야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야구에서는 포수의 역할을 중요하게 친다. 과거에는 포수가 벤치의 사인을 받아서 투수에게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는데, 요즘은 포수에게 스스로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대 타자의 약점이나 컨디션을 그때그때 파악해서 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것까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최고로 꼽는 포수는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 선수다. 두 번의 FA에서 각각 125억과 152억을 받았으니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125억도 엄청난 금액이지만 2023 시즌을 앞두고 받은 152억이라는 금액은 당시 기준으로 FA 최고 대우였다. 좋은 포수들은 더 있지만 최고의 포수는 양의지 한 명이다. 양의지가 왜 대단할까.


포수들은 경기 흐름과 상대 타자의 취약점을 포착해서 투수에게 사인을 낸다. 문제는 제구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포수 입장에서는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기만 하면 무조건 헛스윙인데!'라고 생각하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나는 포크볼 성공률이 낮은데 공이 빠지면 어떡하지?'라며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좋은 포수들은 투수를 격려하며 "공 빠져도 돼, 내가 블로킹할게, 걱정 마, 나만 믿고 던져."라고 한다. 그런데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 양의지는 포크볼을 고집하지 않는다. 투수가 자신 있어하고 잘 던지는 구종을 중심으로 볼배합을 다시 해서 타자를 잡아낸다.




한동안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도 "너 마음 편한 대로 해."라는 말만 하며 지냈다. 그러다 문득, 친구들의 고민에 대한 조언도 양의지의 볼배합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내가 주장하는 방식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해도, 그 방식이 친구에게 부담스럽고 친구의 성격에 맞지 않으면 최선이 될 수 없을 터다. 친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게 중요하겠다. 조언자로서의 나 역시 발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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