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IT 대란을 일으킨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식 투자의 결정적 순간 - 두 번째 이야기

by Hayden

투자의 세계에서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하지만 모든 위기가 기회 라면 투자는 누구나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일이겠죠. 급락 후 장기간 회복이 안 돼 기회비용을 놓치거나, 심지어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일도 많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가가 좋을 때 보면 마냥 완벽해 보이는 기업들도 투자의 관점에서 오랜 기간 지켜보면 어느 시점이나 불안 요인이 있어 선 듯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나는 이 과거 시점에 무엇을 보고 투자를 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의 고찰이 다음 투자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성공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증시에서의 격언을 믿는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당시 기업은 어떤 위기 상황이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투자 결심을 했는지에 관하여 기업별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초유의 IT 대란


2024년 7월 19일, 역사적인 IT 대란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초창기 윈도우즈 사용자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블루 스크린’이 공항의 비행 정보 화면에 등장하고, 항공사·은행·방송사 등 주요 시스템이 마비되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기기 수가 무려 850만 대에 이르렀으니, 그 피해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이 속출했고, 일부 방송사는 직접 그린 지도를 사용해 보도하는 등 IT 시스템 마비의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전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한 회사가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라는 사이버 보안 업체입니다. 이 회사의 실시간 보안 위협 탐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윈도우즈 시스템과 충돌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공항의 수화물 찾는 곳의 블루스크린, 출처: Wikepidia

승승장구하던 주가의 폭락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엔드포인트(Endpoint, 네트워크에 최종 연결된 IT 기기) 보안 분야의 선두 기업입니다. 특히 AI 기반 학습 방식을 활용한 실시간 위협 탐지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유형의 보안 위협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주가도 고점을 갱신하고 있었으나, 7월 19일 IT 대란 이후 지속적인 급락을 겪었습니다. 결국 8월 5일에는 고점 대비 44% 하락한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배상액 및 기업 신뢰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결국 델타 항공이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이런 주가 하락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필자가 주목한 핵심 요소는 기술의 대체 가능성이었습니다. 사이버 보안 시장은 단일 기업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매출 기준으로 2위 업체였습니다. 1위인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 3위인 지스케일러(Zscaler)와 함께 Big 3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세 업체가 같은 기능으로 비용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차별화된 기능을 통해 시장을 나누어 점유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따라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고객들이 곧바로 다른 솔루션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I 기반 보안이라는 마케팅 포인트가 2024년 AI 투자 열풍과 맞물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사고 위기는 기회였을까?


그렇다면, 사고 이후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사고 발생 후 보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이후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필자는 더 빠른 하락 후 V자 반등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하락 기간이 길어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락 기간이 길어진 것은 예상보다 규모가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델타 항공의 피해 규모가 컸고 시스템의 정상화도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해당 사건이 사이버 보험 업계에서 역대 최대 손실 규모로 분석되면서, 기업 신뢰도가 추가적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I 보안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고, 2024년 연말 AI 투자 열풍에 편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들어서는 "이제 AI 인프라보다 AI 관련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결국, 사고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고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델타 항공 소송 관련 뉴스 등 악재가 있었지만, 주가 상승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사고를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이 사고 후 회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폭락했다고 매수했다가 더 큰 폭락을 맞이하는 사례도 많으며 수년 동안 회복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보잉의 사례만 봐도 항공기 산업에 있어 독점적인 지위라고 생각했지만 사고로 인해 근본적인 기술 결함이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만하며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로 인한 폭락을 투자 기회로 삼을지 여부는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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