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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자 저자의 논란을 보면서

자기계발서보다는 자연을 봐야 할 때

by 스마일쭈

나는 책을 사랑한다.

직장생활을 통해 사회성은 어느 정도 갖추어 외부활동도 열심히 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본투비 내향인이자 저질체력인지라 기빨린 걸 집에서 충전해야 한다.

일단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지만 잠은 자도 자도 피곤한 반면, 독서를 하면 쉬면서도 활동하는 것 못지않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상식도 쌓고, 동기부여도 받고, 힐링도 하며, 해외여행도 한다.

나만의 책 선정기준은?

자기계발서, 재테크책, 에세이, 소설, 여행기 등등 수많은 책 목록 중에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끌리는 책을 고르면 신기하게도 내게 꼭 필요한 처방전과도 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는 참고는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진 않는다.

많이 팔린다고 훌륭한 책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행자"는 이전에 읽은 책에서 본 추천도서였는데, 1년 만에 4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저자도 유명한 유튜버라는데 나의 관심사가 아니라서 잘 몰랐다.

첫인상은 약간 의심이 가는 자기계발서였지만 확장판 수익을 기부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열고 읽어 보았다.

자수성가한 30대의 베스트셀러인 만큼 자화자찬을 감수하고 본다면 책은 술술 잘 읽혔다.

책 읽기와 글쓰기, 무엇보다 실행을 강조한 내용도 도움이 되었다. 자의식 해체도 인생을 살면서, 특히 부정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유용한 태도이다.

그런데 다 읽고 블로그에 기록하기 위해 저자를 검색하고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추천 책으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상황.

논란의 내용을 살펴보고 다시 책을 읽어보았지만 역시 나쁘지 않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는 것 같다.

뭐라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니까.

한 가지는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짐작이 되니까.

그렇지만 좋은 작가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보다 다음 책이 더 좋은 작가,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는 작가(고유함), 언행이 일치하는 작가(진정성)...

특히 나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고난을 겪으며 삶의 의미와 지혜를 깨달은 이의 글을 좋아한다.


"장사의 신" 저자도 논란이 있다고 한다.

난 두 책을 다 읽긴 했지만 유튜브를 보고 밀키트를 산 적도 없고, 29만 원짜리 전자책이나 수십만 원하는 강의를 구매하지도 않았다.

그의 마케팅 회사에 수백만 원 넘게 썼다는 글도 보았다.

난 그저 솔깃해서 그의 유튜브를 찾아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의 유튜브에 더 전에 논란이 있었던 유명한 경제유튜버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것도 매우 친해 보였다.)

그때부터 '뭐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 느껴졌던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논란이 맞다면 실망스럽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공감한 부분도 분명 있기에 다음 행보를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팔이라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런 곳에 돈을 쓰진 않는다.

내게 가치 있는 소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고 빠른 길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저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안목을 길러서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책을 선택하는 것에서도 각자도생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당분간 자기계발서는 안 보게 될 것 같다.

내 관심분야라면서 자극적인 썸네일의 재테크 영상을 자꾸 추천해 주는 유튜브앱은 더더욱 멀리 해야지.


ps. 글을 쓰다 보니 이언 맥큐언의 "속죄"가 갑자기 생각났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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