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아교육학회 종합토론 원고

2025년 추계학회

by 손두란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는 영유아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이 되기를 바라며>


반갑습니다. 의령유치원 5세 원아의 학부모 손두란입니다. 영유아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많은 학부모를 대표하여 참석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경남 양산시에서 6년간 아이를 키웠고, 최근 의령군으로 귀촌하여 아이와 함께 유치원 교육과정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학부모로서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가 저에게 하는 이야기의 대변입니다.


저희는 인구 2만이 조금 넘는 시골로 이사를 왔지만 현원이 105명인 작지 않은 규모의 공립 단설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며 도시와 견주어도 차이가 없을 공교육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학부모회 활동과 유치원 운영위원회에 참여를 하며 대다수의 학부모가 주 4일 제공되는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에 만족하며, 매달 다양하게 채워진 체험활동과 견학, 행사 등에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충분히 놀지 못하고 돌아 온 날이면 친구들하고 더 재미있게 놀고 싶었는데 바빠서 그러질 못했다는 이야기를 아쉬워하며 합니다. “엄마, 특히! 영어 선생님은 우리가 영어를 못 알아 듣는다는 걸 알 텐데도 끝까지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셔. 나는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지 정말 궁금한데! 그리고 게임은 웃기게 재밌게 해야 좋은데 착하고 예쁘게 앉아 있는 아이만 할 수가 있어.”라고 말합니다.

행사로 가득한 연간 계획표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채워진 교육과정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마 학부모의 의견을 귀하게 수렴한 결과일듯합니다. 반면에 가장 즐거웠던 일로는 실외 놀이터에서 사마귀를 관찰하거나 콩벌레를 잡은 이야기, 친구와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멀리 날리기 대회를 했던 이야기를 숨이 가쁘게 전합니다.


교육과정반과 방과후 과정반으로 분절되어 있는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놀이 할 시간과 배움의 시간이 다른 것이라고 이해할까 염려가 됩니다. 의령유치원에서는 방과후 과정을 이용하는 원아가 대다수이고, 방과후 시간에도 자유로운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2학기 부모개별면담은 선택에 따라 교육 과정반 선생님이 아닌 방과후 선생님과 나눌수도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누리과정의 운영시간이 4~5시간 운영되고, 1시 이후의 시간이 방과후과정으로 정의되어지는 것이 행정적 구분 이외에도 교육적 목적이나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사가 시간을 나누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것은 학부모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육과정’이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서 현장에 적절하게 운영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의미에서 김은주 학회장님이 제안하신 영유아학교의 ‘전일제 운영’에 찬성합니다. 한 교사가 하루종일 아이를 돌봐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나누어 교사의 역할과 업무를 구분하되, 온전한 ‘교육과정’ 안에서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놀이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고, 배움이 삶에 득이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교육 현장이 채워지길 기대합니다. 사계절의 리듬을 그대로 느끼고, 하루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발적인 놀이와 배움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학부모로서의 제 역할은 아이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어른으로서 기관과 사회에 아이를 대신하여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놀 권리를 존중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대변인인 학부모들이 더 많이 배우기를 원하고, 더 많은 활동으로 시간을 채우길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귀한 자리에서 영유아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하며, 저와 같은 학부모님들을 향해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듣고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학부모가 아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데 어떻게 기관과 사회가 아이의 편에 설 수 있을까요?


영유아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숲으로 가고,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주시는 정부와 기관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도 숲과 자연으로 보아주는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더욱 요구되고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듭니다.

김용규 선생님께서는 “숲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나무가 단 한 그루도 없습니다.”라고 책에 쓰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과정이나 숲을 배우기 이전에 자기 자신의 욕구와 감정, 생각, 행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것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숲은 소중하게 가꾸자고 말하기 이전에 “너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야?”하고 물어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태전환교육의 운영을 위한 예산이 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원되고, 기관들은 인근의 숲체험장을 찾거나 친환경적인 프로그램으로 수업 나눔의 날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귀한 예산이 영유아교육기관의 앞마당을 가꾸고 텃밭을 넓히며 일과 속에서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없이 삶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어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숲과 생태는 아이들의 성장과 삶에 있어 ‘특별한 경험’이나 ‘행사’로 인식되어서는 안되는 아주 근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동주택 내에 설치된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함부로 앞마당을 가꾸거나 정비를 할 수 없을테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이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설치할 때에는 내부 공간만이 아니라 실외 공간의 적합성까지도 엄격하게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놀이를 만들어 내기를 원합니다. 일상이 평범해야 특별한 무언가를 할 수가 있습니다. 교육과정이나 시범 사업 등이 자꾸만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어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놀 권리를 해치지 않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매일 편안하게 어느 때라도 이용할 수 있는 자연이 까까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환형 숲·생태 유치원의 사례가 반갑게 느껴지나,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일반 영유아교육기관이 가질 부담과 이질감 또한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영유아교육과정의 생태적 전환이 비단 반드시 숲에서의 교육과정만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아이들의 생명력과 놀고자하는 욕구를 반영하여 삶과 놀이와 생명이 경계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으로의 변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이를 품고 키워보니 제 자신이 토양이고 아이가 한 그루의 나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양이 해야 할 일은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어야 하는 것이고, 나무가 해야 할 일은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는 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이들의 일을 대신하려 애쓰느라 부모라는 토양이 척박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모도 기관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를 보려고 너무 서두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노력하고 애쓰는 일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돕는 일이라면 결과가 천천히 나오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생명력을 믿고 성과를 보기 위한 선택이 아닌, 느리더라도 회복하고 성장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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