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는다
떡잎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솜털이 돋아나는 새
날개를 펴려 한다
재빠르게 가둔다
이번에는 쓸모를 시험하기 위해
비를 고대하기로 한다
금세 비가 내린다
비를 긋는 새 한 마리
모서리를 흘긋 쳐다보더니
솟아올라 쪼아댄다
금은 습기 없이 건조한 사막
금은 헐어지고 갈라지는 바위
노래의 목덜미
새는 부리를 휘두르며 뚫어댄다
새의 동그라미가 커진다
끝끝내 위험한 새가 동그라미를 들고 날아간다
금의 그동안은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술에 취하는 걸까
꿈을 꾸는 어슴푸레한 저녁나절인가
가뭇한 새벽녘인가
긋는다
고대하던 비가 쏟아지도록
연속적인 금
역시나 금방 비가 내린다
새의 체온이 남아있는 처마밑
비눗방울 풍선을 분다
이젠 풍선껌이라 해도 상관없다
비눗방울인지 풍선껌인지가 둥실 떠올라
빗물에 닿자마자 화약연기
피식피식 불타오른다
무엇에나 들러붙는 아귀 같은 구멍
넓어져가는 동그라미
애드벌룬의 사지를 펼친다
금은 어디로 가는 지하철 환승역일까
물안경을 쓰고 상어 흉내를 내는 쇠기러기인 걸까
긋는다
언제든 내릴 수 있는 비
퉁퉁 불은 면발처럼 부르튼 습기를 불러낸다
누구인가
그건 금이 아니라 빗금이란 말한다
빗금을 그리고 있는 빈금이라 대신 듣는다
누구인가
누가 금을 빗금 혹은 빈금으로 규정하려는가
등뒤에
금을 들고 날아가는 새
금으로 비를 내리는 중심
금이 빗금처럼 웃는다
여기는 한밤중
밤의 파도는 넘실대고 등대는 보이지 않는다
절벽 위에는 풍력발전기들이 모여서 웅얼댄다
다른 꿈을 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긋는다
금이 아니게
겉과 속이 바뀌지 않게
금밖으로 나갈 수 있게
금을 긋는다
비가 아니게
내리거나 흐르지 않게
오지 않고 갈 수 있게
긋는다
금으로 새를 부른다
영락없는 나비인 줄 알았으나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이었나
그대라는 거기는 결국 나였나
빗금 위로 날아가는 새였나
아니 텅 빈 틈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