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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l 14. 2024

야매 미용사



 시골살이를 하려면 좋은 점도 많지만 몇 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미장원에 가는 일이다. 물론 읍내에 가면 미장원은  한 건물 건너 하나가 있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미용사들의 전문기술은 뽀글이 파마다.
나처럼 짧은  머리만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불리한 기술이다.

 도시에서 살다 귀촌을 한 나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읍내에  있는 여섯 군데의 미용실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내 맘에 들게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는 없었다.
 결국 나는 도시에 갈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단골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내려온다.
오랫동안 도시에 나갈 일이 생기지 않으면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숨기려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러다가  스스로 잘라보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생각은 실행으로 이어져  인터넷 마켓에서 숱가위와  작은 가위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도 가늘어지고 숱도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내 머리카락은 여전히 숱이 많다. 60의 나이에 모발이 건강하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모발은 자라는 속도도 빠르다. 두 달 전에 자른 머리카락이 그새 덥수룩해졌다.

도시에 갈 계획이 없으니 직접 잘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망설임과 밑져야 본전이지 라는 생각이 서로 저울질했다.

후회를 하더라도 일단 도전은 해보자.라는 생각이 실천을 하게 만들었다.
욕실에 들어가 이리저리 거울을 보다가 숱 치는 가위를 잡아 조금씩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뒤통수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자르고 삐죽삐죽 나온 잔머리는 일반가위로 다듬었다. 남편이 사용하는 일회용 면도기를 거꾸로 세워 잡았다.
목 뒷부분의 비누칠을 하고 쓱 쓱 윗방향으로 밀며 제비추리 부분의 잔머리를 정리했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린 후,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앞머리가 조금 길다. 나는 이마가 좁은 편이다. 그래서 짧은 앞머리를 고집하는데 조금 길다. 다시 숱가위로 숱을 쳐내고 일반 가위로 깔끔하게 다듬었다.

빗질을 곱게 하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확인했다. 내가 직접 잘랐지만 기존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번이 야매 미용사의 두 번째 도전이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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