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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Aug 27. 2024

아침 햇살은 선물이다

 며칠 전부터 꼬리뼈에서 조금 왼쪽 부분에 통증이 느껴졌다. 움직이기도 불편했고 누워 있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기가 두려워 망설이고 있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여름 손님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평일에는 덥다는 핑계로 저녁마다 맥주를 마셨다. 거기에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도 게을리하다 보니 허리에 살은 무서운 속도로 덤벼 들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운동 코스인 집 아래 호수 둘레길은 나보다 덩치가 큰 개가 지키고 있다. 그 길을 걷다가 입마개도 하지 않은 개와 마주친 후 무서워서 그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끝에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중산리 생태탐방로로 정했다.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숲 속 풍경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 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내려오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짧은 코스가 아쉬웠다.

 나는 지리산으로 들어가 칼바위까지 가보기로 했다. 칼바위는 천왕봉과 장터목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위치해 있다.
산을 오르느라 땀은 분수처럼 솟아나 옷을 적셨다. 젖은 바지가 다리에 들러붙어 걸음을 방해했다.

 발걸음에 속도를 내느라 다리가 지쳐갈 즈음  칼바위 앞에 섰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턱으로 모인 땀이 쉴 새 없이 가슴골로 흘러내렸다.
나는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칼바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늘에 계신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을 불러냈다.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했다. 뒤이어 내 건강도 기도했다.
 
 칼바위에게 내일 또 오마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기도를 하고 얻은 마음의 평안 때문인지 오랜만에 땀을 흠뻑 흘린 때문인지 허리의 통증은 간데없고 몸은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숲 속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찌르라미들이 떼창을 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떡갈나무 잎을 헤집고 햇살이 나타났다.
천사의 미소를 닮은 아침햇살은 행복한 하루를 열게 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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