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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에 스미다

by 작은거인



갑자기 무작정 차박을 떠나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휴대폰에게 거제도에서 갈 수 있는 섬은?'이라고 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심도를 선택했다.
아침 일찍 서둘렀건만 장승포항에 도착하니 1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두 시간마다 있는 배의 출항시간 12시 30 분이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해 보니 지심도는 식당이 많지 않아 점심을 해결하고 가는 게 좋다고 나왔다.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편의점 샌드위치로 허기만 채우고 지심도행 배를 탔다.


뱃길로 15분 걸리는 지심도에는
15 가구에 30여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왕복 요금은 성인기준 2만 원이다.

오른쪽으로 걸을까? 왼쪽으로 걸을까 고민하는데 마을 주민이 오른쪽부터 걸으라고 일러 주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해안절벽 전망대에 서 있는 잘생긴 소나무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하늘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는 지심도
저 멀리 해일에 가려진 대마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지심도의 주민은 자주 보여주지 않는 대마도를 봤으니 올해 우리 부부는 운수대통의 기운을 받은 거란다.


곰솔할매와 동백꽃 사랑

느리게 느리게 섬길을 걷다 보니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구석구석 남아 있었다.
탄약을 저장했던 곳. 일본소장이 기거했다는 일본식 건물이 초라하게 서 있다.

일제강점기 때 활주로로 사용했다는 길에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섬 끝에 서서 일본국기가 펄럭이던 국기게양대에 지금은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바람에 신나게,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있으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뻣뻣한 무언가가 마구마구 치솟는다.




아름드리 동백나무는 한낮의 스미는 햇살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하늘을 덮고 속살을 숨기고 있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걷는 이들의 웃음소리,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그 속에서 느리게 느리게 걸었다.

군데군데 해물라면과 해물파전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섬을 한 바퀴 도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걷는 이들의 시간에 맞춰 배는 두 시간마다 운행한다.

동백꽃이 12월부터 피기 시작한다고 해서 지금쯤이면 제법 만개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아름드리 동백나무엔 꽃몽오리만 종종종 매달려 있어 아쉬웠지만 그 조차도 아름다운 지심도,
걷는 이의 발길을 잡는 떨군 꽃송이도 아름다운 지심도,
돌담에 피어 있는 이끼조차 아름다운 섬,

시간상 해물파전에 막걸리 한 잔을 마시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오전배를 타고 들어가 해물파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오후 배로 나오는 여유 있는 4시간의 여행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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