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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모종을 심으며

by 작은거인




아직 동이 트지 않은 마당에 이슬이 내려앉았다.
맨발로 한 걸음 내딛자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냉기가 발바닥을 덮친다.
이슬이 발끝으로 스며들어, 잠들어 있던 몸과 마음을 깨운다.


양파 모종을 품에 안고 밭으로 향한다.
뿌리가 내릴 수 있게 한줄기 한줄기 정성으로 심는다.
금방 끝날 것 같던 일은 어느새 세 시간을 훌쩍 넘긴다.
뿌리를 내린 모종은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봄이 오면 단단한 양파로 다시 태어나겠지.
가을의 햇살은 등에 내려앉고,
땅의 기운은 발바닥으로 스며든다.
자연과 함께하는 나 또한 양파모종처럼 이 땅에 뿌리내린 하나의 작은 생명체일 뿐이다.
생명은 서두르지 않고, 고통 속에서도 자란다는 것을 모종을 심으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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