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리무진

검정 고무통의 변신

by 작은거인

할머니의 리무진

운전대 대신 노끈
브레이크는 두 다리
연료는 막걸리
내비게이션 대신 굽은 손금지도
엔진은 굽이굽이 자동 변속


​야, 타!
씨감자도 타고, 김치, 두부도 타고,
내 친구 막걸리도 타라
브레이크 없어도 설 자리는 알아서 척척
​과속할 염려 없는 거북이걸음이지만
목적지 닿는 거 하나는 내가 일등이여
​내비게이션? 그런 거 없어도 까딱없다
구부렁길 지도는 이미 내 손바닥 안에 다 있응께
​기름값 걱정일랑 마라
막걸리 한 사발이면 내 엔진은 언제나 만땅이여!
이래 봬도 팔십 년 무사고다
자, 다들 꽉 잡아라. 출발이다!
​검정 대야 리무진, 오늘도 시골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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