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랑 제일 친해지기
꽤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건강 상의 이유로 퇴사하게 되었다. 월급도 친구들보다 높은 편이고 고용 안정성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미지가 나름 좋은 기업에 재직했었다. 모든 게 빨리빨리 돌아가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항상 긴장 속에서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로 속은 곯아가고 있었지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냥 꾹 참고 다녔었다. 나는 힘들어도 참는 걸 잘하기에 겉으론 밝게 열심히 일했었다. 퇴사 직전 좋게 봐주신 임원분들 덕분에 승진하게 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었지만 내 기분은 그다지 기쁘지가 않았다.
연차가 쌓이며 예전보다 업무도 손에 익었고 친해지게 된 동료나 선배들도 많아지면서 무탈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배도 안 고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무기력했다. 주말에도 약속이 없는 날에는 내리 잠만 12시간 넘게 잤던 것 같다. 그러다 깨면 그냥 다시 잤다. 일어나 있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잤다. 그러다가 이 시기가 지나고는 과호흡과 불면증 증상이 나타났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숨 쉬기가 불편해서 화장실 칸으로 숨어 들어가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밤에 잠에 들면 항상 새벽에 과호흡이 와서 놀라면서 깼다.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증상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며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역시나 몸이 망가진 상태였다. 체력과 건강이라면 자신 있던 내가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고 솔직히 억울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집에 오면 몸이 너무 아파서 눈물까지 났다.
이러한 계기로 퇴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용기를 갖고 행동으로 옮겼다. 건강 버려가면서 회사를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부심을 갖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해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달려왔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꽤나 슬펐다. 주변 사람들 챙기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잘 챙겨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더 나아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
물론 이렇게 아무 계획도 없이 퇴사를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상주의자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해도 기회비용이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며, 기존에 편하고 익숙했던 문을 닫아야 다른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마냥 평온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무너지지 않고 성장해 가는 내가 되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