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되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람들은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이 익숙해졌다. 나도 코로나가 시작되고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codecademy라는 곳에서 파이썬 코딩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coursera에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이렇게 듣는 수업은 단편적이고 체계가 없었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컴퓨터 공학이라는 깊이 있는 학문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했던 내가 짧은 강의들 만으로 많은 내용을 습득하고 배우기에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에 몇몇 미국 대학교에서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coursera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대학들 중 대부분은 미국에서도 명문 대학에 속한다. 명문 대학들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모든 미국 대학교, 모든 학과가 온라인을 통해 학위를 이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컴퓨터 공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 비즈니스등도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재 미국 명문대 컴퓨터 공학 석사를 하는 중이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온라인으로 석사를 들으면서 느낀 장단점, 지원방법 등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장점 - 비용, 기회, 유연함
학비가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내가 다니는 학교 같은 경우는 학비가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다니는 것의 20%다. 이 학비도 한국 기준으로 보면 비쌀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유학생활은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간다. 미국의 명문대를 다닐 경우, 지방 같은 경우도 1년에 1억 정도 들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 있는 학교를 다닐 경우엔 생활비가 더 들기 때문에 1억이 넘게 들어간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되면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비용으로 미국 명문대의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취업 준비를 할 때, 미국 명문대의 학위는 기회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대학 학위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미국 명문대의 학위는 이력서에 눈에 띈다. 미국 명문대의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내포한다. 첫 번째, 외국인이어도 영어가 일정 수준 이상이다. 두 번째, 똑똑할 확률이 높다 (모두가 똑똑하다는 건 아니다). 대학 입학할 때, 학교는 학생들을 1차적으로 거른다. 외국인의 경우는 토플이 일정 점수 이상 나와야 하고 본인을 소개하는 에세이를 써야 하며 추천서를 몇 개 받아야 한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하면서부터 경쟁을 한다. 지원을 하고 나서도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영어실력이 안되면 따라가기 불가능하다. 온라인이어도 수업은 따라가기 쉽지 않다. 내가 다니는 학교 같은 경우는 캠퍼스에서 다니는 학생들조차 온라인 프로그램이 더 치열하다고 말할 정도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 세계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수업 수준도 (내가 느끼기에는) 높은데 평균 점수도 높다. 이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박사, 교수,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등 직업도 다양하며 연령대도 매우 다양하다. 직업, 분야, 나라가 다양해서 좋은 것은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네트워크가 좋다는 것이다. 웬만한 대형 미국 테크기업에는 졸업생들이 포진해 있고 학교 커뮤니티에도 구인 광고들이 종종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시간 활용이 유연하며 장소에 제약이 없다. 한국에서도 도시에서 듣든 시골에서 듣든 제주도에서 1달 살이를 하면서 듣든 상관없다. 일주일 동안 녹화된 수업을 듣고, 온라인으로 과제를 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갈 필요가 없다. 시간을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단점 - 경험/교류, 영어
가장 명확한 단점은 수업 듣는 것 빼고는 누릴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일단, 교수와 다른 학생들과의 교류가 제한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 교수 office hour가 있지만 한국과 시간대가 안 맞는 경우도 있고 1주일에 1시간은 짧다고 느껴진다. 그 이외의 시간에 교수와 교류할 일은 거의 없다. 또한 처음 보는 교수들과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으로 만나서 편하게 질문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일반 수업에서도 질문하는 학생은 별로 없긴 하다..) 학생도 워낙 많다 보니 교수가 개개인의 학생들을 알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는 일도 많지 않다. 그룹 프로젝트를 할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얘기를 하지만 그 외에는 없다. 과제도 혼자해야 하고, 몰라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 (TA가 있긴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물어봐야 하고 학생들이 많을 때는 기다려야 한다. 무엇보다 TA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시판에 질문할 수도 있고 slack으로 소통한다지만 한계가 있다. 혼자 고군분투하다 보면 고립된 느낌이 들고 내가 뭘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을 찾아서 주기적으로 온라인으로 만나서 모르는 거 물어보고 수업, 교수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가끔은 교수나 수업에 대해서 불만을 늘어놓아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학교에 있으면 각종 이벤트, 미팅들이 많다. 회사들이 와서 설명회를 하기도 하고 주제를 정해서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 학생들, 교수들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도 여러 이벤트가 열린다. 온라인으로 듣게 되면 그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학교가 있는 도시에 살거나 가까워서 맞춰서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학교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이 매우 아쉽다. 그렇지만 싼 가격에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전제조건이 영어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 해야 한다. 일단 수업 내용을 듣고 이해하고 책을 줄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독해력,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스피킹 실력이 있어야 한다. 수업들을 때 영어 발음이나 억양이 심한 학생들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다들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능력은 되어 보인다. 컴퓨터 공학은 처음 지원할 때 쓰는 에세이 말고는 글을 쓸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준 높은 글쓰기 실력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다를 수 있다.
지원방법
온라인으로 지원을 받는다. 각 학교마다 지원할 때 요구하는 것들이 다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자기소개 에세이, 추천서 2개 이상, 외국인일 경우 토플(하지만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제외), GRE (선택사항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GRE가 선택사항이어서 난 GRE를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GRE 준비만 해도 몇 달이 걸린다. 자기소개서는 질문이 미리 주어지고 거기에 맞춰서 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하면 됐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풀어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작성했다.
내가 찾아본 다른 학교는 비전공자가 컴퓨터 공학 석사를 갈 경우에는 지원하기 전에 시험을 보는 곳도 있었다. 학교마다 지원 방법, 특색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사이트에서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온라인 설명회를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