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차곡차곡 나의 경험치로 쌓아갑니다.
1편에서 테스트를 제외한 앱개발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서 정리해 봤다.
한참 앱을 만들고 있는데 연초에 '예비창업패키지'를 알게 됐다. 지원받아서 앱에 필요한 마케팅비와 서버비 등을 충당하면 좋을것 같아서 지원했다.
예비창업패키지
예비창업패키지는 사업자를 아직 내지 않은 예비 창업자에게 주는 창업지원금이다. 창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 실현가능성, 창업자의 능력 등을 평가해 성공하겠다 싶은 팀에게 주는 지원금이다. 여느 정부지원사업처럼 1차는 사업계획서 검토, 2차는 발표로 평가한다.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평가자들이 어떤 걸 중요시하는지도 알면 많은 도움이 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처음엔 인터넷서치로 시작했다.
전에 지원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노하우를 얻는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본인의 사업계획서를 크몽 같은 플랫폼에 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쓰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서점으로 갔다.
우리나라 정부지원사업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컨설팅을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우리나라의 특징은 모든 것에 학원이 있다는 것. 어른이 되면 그걸 컨설팅이라고 이름을 바꿔 부른다.
아무튼, 컨설팅하는 사람들 몇몇이 예비창업패키지 쓰는 것에 대해서 책을 냈길래 그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책을 한 권 사서 읽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쓰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됐다.
앱 만들면서 이때 사업계획서를 처음 써봤다.
사실은 평생 살면서 이때 사업계획서를 처음 써봤다.
회계사가 사업계획서를 쓸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알았다.
아, 사업계획서를 쓰고 나서 앱개발을 시작했어야 하는구나...
사업계획서를 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고 일관성이 생기고 앱개발의 방향성을 재정비하게 됐다.
무엇보다 수익모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난 회계사다. 남들보다 숫자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모델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앱을 만들고 유저늘리면 수익화가 되겠지.’ ‘유저를 많이 모으면 데이터를 수익화할 수 있겠지.’ ‘광고붙이면 되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앱개발을 시작했었다. 애초에 앱개발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나의 실수였다. 남들과 소통하는 앱을 만드는 건 많은 품이 들어간다는 걸 만들면서 알게 됐다.
2주 머리 쥐어뜯어가며 열심히 썼다.
내가 생각했을 때, 예비창업지원서의 사업계획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토리텔링, 비주얼, 비즈니스 모델이다. 일관성 있는 스토리와 그래프 등을 이용해서 한눈에 쉽게 읽히고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수익모델이 중요하다. 이 글의 주제는 예비창업지원서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필요하다면 나중에 따로 써야할듯 하다.
사업계획서 서류가 통과했다.
15분 발표를 하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1주일 발표 자료를 만들고 발표연습을 열심히 했다.
결과는?
떨어졌다.
아쉬웠지만 괜찮았다. 지금생각해보면 떨어질만 했다. 사업계획서 붙은 것도 신기. 덕분에 사업계획서도 써보고 발표도 해보고. 고민해봐야 할 부분을 알게된것 같아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도 감사했다.
예비창업수업
다시 앱 개발 일상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알았다. 그치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됐다.
우연한 기회에 창업 3년 차인 귀인을 알게 됐다. 벤처기업협회에서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매달 2일씩 수업을 해주는데 본인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추천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몇 달 전부터 참여했는데 수업이 굉장히 좋았다.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분들을 강사로 초빙해서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면서 본인들의 경험담도 같이 나눠주는게 도움이 됐다. 수업내용은 사업화 방법, 팀빌딩, 마케팅, 회계, 특허 등과 관련한 흥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래서 사람은 계속 배워야 한다’ 생각했다. 수업을 공짜로 해주는 것도 굉장한데 매달 멘토링까지 시켜준다. 물론 모든 멘토가 훌륭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업계에 나보다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고 난 워낙 왕초보라서 항상 한가지라도 배울 게 있었다.
여러 번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내가 만드는 앱의 수익화 방식에 대해서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이걸 계속해나가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수익화 방법을 심리상담과 연계해서 풀어보려고 했다. 워낙 생소한 분야라서 심리학 박사이면서 현업에서 심리상담가로 일하시는 전문가 지인 두분과 만나서 미팅을 했다. 우리나라 심리상담 현실에 대해서 알게 되니 수익화 방법이 더 막막하게 느껴졌다. 마케팅과 수익화에 대해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은 앱 개발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정부지원 사업 준비를 포함 앱 개발을 8개월 진행해 왔고 앱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이걸 그만둔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앱을 출시해도 그때부터 관리하고 분석하고 유지하는 등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뜻 앱을 끝내고 출시하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앱개발은 내가 평생 해본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회계사 자격증 시험 공부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자격증 공부는 내가 몇 년 동안 공부해 온 내용이고, 공부해야 되는 내용이 정해져 있었다. 시험은 어려웠지만 이미 가이드라인이 있는 공부였다. 20대 때 체력과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 때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앱개발은 진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로드맵이 없다... 앱이 돌아가면 굿. 안되면 낫굿. 개인적으로는 좀 주먹구구식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비록 앱 개발을 중단하긴 했지만 그동안 배운거는 진짜 많다. 대학원 2년 동안 배운것 만큼 많이 배운것 같다. 이제는 앱을 봐도 UI/UX가 어떻구나라는 정도의 판단이 가능하고 앱의 구조, DB설계 등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배운것 같다.
또 모른다. 나중에 앱 개발을 3번째 도전해서 성공하게 될지.
나의 삽질 경험을 바탕으로 앱개발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개발 시작 전에 다음과 같은 사전작업을 권유해주고 싶다.
사업계획서 쓰기 - 투자나 지원금 받기 위한 것보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정리해 볼 수 있다.
마케팅 계획
수익화 방안
앱 개발 전반적인 프로세스 숙지. 그 프로세스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외주를 줘야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산을 짜본다. 절대 내가 다하지 말자. 체하거나 흰머리 생길 수 있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