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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ua Feb 12. 2024

북테크101: 아직도 책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2)

북테크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노하우까지

헌책을 수집하고, 그 중에 가치가 높은 것들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이른바 북테크에 빠져든 사람들이라면 들이는 습관이 있다. 바로 책무더기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버려진 책들, 힙한 카페에서 인테리어 용도로 무작위로 꽂아놓은 헌책들, 곧 이사를 앞둔 친구의 자취방에 꽂힌 책들 같이 척 봐도 소유인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로 한 두번 이득을 봤다고 무작정 유기된 책들을 가져오면 곤란하다. 그러다간 처치곤란한 책들로 사방이 둘러싸여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보관 또한 엄연히 비용이 드는 일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필자 또한 과거에는 오로지 독서를 목적으로 책을 사모았었지만, 현재는 주로 북테크를 목적으로 두는 비중이 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과거 정력적으로 독서를 했을 때보다 장서가 느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책은 이전보다 덜 읽는데 장서량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여하간 이번에는 북테크의 단점들을 이야기 해보겠다. 투자만큼 명과 암이 뚜렷한 분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투자에는 명과 암이 명확히 존재한다. 수익률이 좋으면 위험 부담이 크고, 위험 부담이 낮은 안정적인 투자 상품들은 수익률이 낮다. 그런데 북테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익률은 좋다. 못해도 절판 되었고, 물량이 적은 서적이라면 아무리 적어도 두 배 이상의 가격은 받으니 말이다.  또한 손실률에 대한 위험 부담도 크기 않다. 서적에 상장폐지가 어디있겠고, 리만 머핀 사태와 헌책이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보유한 서적의 출판사가 사라졌다면 더욱 호재일 것이다. 그 책은 중고 매물이 아니라면 영영 찾아  읽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백한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입이 적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아니 방금 전만 해도 수익률이 못해도 두 배 이상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필자가 언급한 것은 가격 상승의 비율인 것이지 절대적인 수입(Earning)은 적다. 다시 말해 Profit은 좋으나 Earning은 적다. 왜냐하면 오고 가는 돈의 단위가 적다보니 수익률이 다섯배든 열배든 간에 그것이 수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액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필기 노트나 모짜르트의 친필 악보가 아닌 이상 책 한권당 벌어들이는 수익이 뭐 얼마나 되겠는가? 어쩌면 개인적으로 느끼기론 북테크의 가장 결정적인 단점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문헌학자 조르주 뒤메질의 서재. 북테크에 재미를 붙이다보면 서재가 이렇게 되는 건 한 순간이다.


둘째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비물직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실물 투자이다 보니 물리적인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책을 보관한 공간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대로 책 한권 두권 가지고는 수입에 유의미한 이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다 보니 적어도 대형 책꽂이 두개 정도는 필요하다. 그래야 소위 말해 용돈 벌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사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책은 서재 안에서는 안락한 물건이지만 이삿집 트럭 안에서는 악마가 따로 없다. 무게가 상당해서 이사를 다닐 때 책만큼 사악한 물건이 없을 수 없다. 또한 희귀한 서적으로 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 이야기는 중요한 이야기이니 추후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다. 여하튼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좁은 집에서 사는 분들이라면 북테크를 추천하지 않는다. 만일 관심이 있다면 대량의 책으로 시작하지 말고 차라리 양질의 서적 한두권으로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뒤이어 세번째는 책의 컨디션 관리가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것이다. 북테크는 재차 강조하지만 절판, 그것도 희귀한 것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컨디션이 결정적이다. 어지간히 희귀한 책이 아니라면 책등 상태, 찢김, 낙서, 곰팡이 중 하나라도 포함되어있다면 가격은 뚝뚝 떨어진다. 더욱이 희귀한 책들을 원하는 사람들은 연구용이나 참고 자료를 위해서 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희귀한 책들을 모으기 좋아하는 수집가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컨디션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번은 2000년대 이전에 출간된 책인데 책 테두리가 노랗게 변색되었다며 따지던 사람도 있었다. 과거 내용만 온전하다면 찢김이든 낙서든 무슨 상관이랴 태평했던 나 자신의 독서 수집 철학으로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지금은 책을 단순히 기록물을 넘어서 수집품이라 생각하니 이해가 간다. 좌우간 이 책의 컨디션을 신경 써서 보관할 자신이 없다면 북테크는 다시 재고해봐야 한다. 물론 한국같이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건조한 국가에서는 웬만해서는 책의 컨디션을 크게 해칠 일이 없지만, 반지하에 살거나 습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책의 컨디션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면한다. 명심하자 책이 희귀본의 영역에 들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골동품이자 수집품이다!


보관 보주의로 책이 이렇게 됐다면 가치는 한순간에 0원이다.


이외에도 북테크를 막상 시작한다면 서술한 것 이외의 자잘한 단점들을 마주할 것이다. 이는 장점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 두권씩 작게 시작하면서 재미를 붙이며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것은 그 어떤 투자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가치 판단의 습관이 생긴다는 것이다. 무엇이 가치가 있고, 어떤 것이 가치가 없는지, 그리고 이 물건의 향후 가치를 예상하는 일까지 그간 금융 경제의 영향으로 일반적으로 가치 판단이란 비가시적인 영역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우리 일상의 모든 물건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다음 번에는 비싸기로 저명한 헌책들, 그리고 북테크에서 이익을 보기 쉬운 책들을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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