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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ua Feb 28. 2024

북테크 A to Z

이것만 사도 호재 

주번에서 희귀한 책들을 모아다가 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가 하나같이 신기해 한다. 그리고 주식이나 여타 투자와 달리 투자의 비법을 물으려는 시도 조차 않는다. 예컨대 어떤 책을 사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지, 그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와 같은 비결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차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고 짐작하거나, 오랫동안 책을 사서 모은 이들이 아니라면 범접할 수 없는 극도로 마이너한 분야라고 짐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실상보다 어려워 보이는 것이 북테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약간의 관심만 가져도 손쉽게 시도할 수 있지만 소수의 관심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어려운 분야라는 고정관념 탓에 아무도 뛰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좌우간 이번에는 북테크의 방법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북테크는 기본적으로 미술품 경매와 비슷하다. 미술 시장에서는 살아있는 작가보다는 사망하여 더 이상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는 작가의 작품, 경매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은 희귀한 작품이지만 인지도가 높아서 금방 낙찰이 되어버리는 작품들이 미술품 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좋은 작품들이다. 요컨대 한정된 물량. 높은 수요로 인한 희소성과 인지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북테크 또한 마찬가지다. 절판되고 물량이 적은 서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 않다. 희귀하지만 높은 인지도를 지녀야만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유명한 저자의 저서라고 해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인지도가 낮은 저자의 저서라고 해서 반드시 낮은 가치를 띠는 것도 아니다. 항간에서 간간히 1판 1쇄라던가 2000년도 1월 1일 1판 1쇄의 서적들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서적이라는 소문이 있기는 한데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북테크를 이끌 수 있는 좋은 수익을 내는 서적들은 다시 말하지만 희귀하지만 수요가 많은 책들이다. 그러므로 좋은 희귀 서적을 건지기 위해서는 저자나 출판사, 또는 몇판 몇쇄와 같은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서적의 종합적인 가치를 계산해야한다. 


첫째로 책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책의 내용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책은 곧 활자를 통해서 전달, 저장하고 있는 내용이 가장 즁요하다. 요즈음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을 독차지하고 있는 자기위로 서적이라던지, 유명 연에인들의 시집이나 에세이집은 절판이 되고 나면 종잇값도 못받는다. 다시 말해 이러한 책들에게 절판 소식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더이상 책으로서 상품가치를 잃었기 때문에 절판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헌책을 구매할 때 과거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되었던 책들은 제외하는 것이 좋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은 재고가 너무나 많기도 하거니와 보편 다수의 독자들을 겨냥한 책이기 때문에 가볍고 쉬운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가장 좋은 것은 학술서적이다. 학술서적은 절판이 일찍 이루어진다. 내용이우수한데 비해 수요층이 좁기 때문에 애초부터 인쇄량이 적다. 그러나 내용의 질이 우수하면 그 가치가 유구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서 해당 분야를 공부하려는 이들의 수요가 적지만 꾸준히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는 순간 책의 가치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위의 조건에 해당하는 책들이 바로 콜린 윌슨의 <인류의 범죄사> 한스 티즈 레만의 <포스트 드라마> 조셉 체이킨의 <배우의 현존> 아놀드 애론슨의 <미국의 아방가르드 연극> 레이몽 아롱의 여러 저서들 그리고 미술 도록들이 해당된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술작가 박이소의 도록. 미술도록은 꾸준한 수요에 비해 인쇄량이 적어 늘 절판이 일찍 이루어지고 가격도 오른다. 



둘째로 국내에 소개가 잘 되지 않은 희소한 작가들의 저서다. 한국은 한국어라는 고립어의 특성 상 해외 문학가들의 작품의 소개가 활발히 이루어진 역사가 매우 짧다. 더욱이 과거 군사 정권 시절에는 출판 언론의 자유와 반공 정서 때문에 많은 해외 작가들이 수용되지 못했다. 지금이야 다양한 문학가들이 국내에 수용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은 이유 탓에 굉장히 특수하고 은밀한 과정을 통해서 수용되었다. 일본의 중역을 거쳐서 들어오거나 소수의 열정적인 연구자 내지는 작가들의 덕택에 국내에 수용된 사레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용사'라고 하는 문학 연구 분야가 있지만 여하간 여전히 많은 뛰어난 작가들의 저작들이 국내에 폭넓게 소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여러 비평서들의 언급이나 그 외 여러 방면을 통해서 알게 된 희귀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필자 또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읽다가 알게 된 일본의 실존주의 문학가 시이나 린조의 저작들이 70년대에 번역이 단 한번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몇년을 걸쳐 찾아 헤맨 적이 있었다. 이외에도 아베 고보, 막스 슐만, 이노우에 히사시 등 문학을 일정 수준 이상 깊게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저자들이지만 국내에 소개가 사실사아 전무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저자들의 작품들은 굉장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론 사무엘 베케트의 <말론 죽다> 이 책은 과거에 제본판도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엉터리 원시인> 막스 슐만의 <사탕접시> 중앙일보사에서 발간한 동구권 문학 선집들이 유명한 희귀 서적들이다. 그러니 헌책방에 가다가 보면 일단 사고 보자. 


정말 기적적으로 저렴하게 구한 이노우에 히사시의 <엉터리 원시인> 소문의 속도를 측정하는 시퀀스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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