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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Dec 28. 2022

안녕, 십이월

2023년 달력을 새로 걸자.

달력을 만들고 있는데 계묘해 마지막달의 그림은 눈쌓인 인정전이다.

내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눈 쌓인 인정전 앞마당을 전의 그림과 다르게 수정해서 그렸습니다.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으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문안도 하고 정사를 아뢰며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는등 중요한 의식을 행하던 곳이죠. 앞쪽에는 임금이 다니는 길(어도)와 양쪽으로는 벼슬의 등급을 나타내는 품계석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습니다.

국가의 상징인 공간으로서 인정전 건물 뒤편으로는 매봉과 맥이 이어지도록 계단식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요.

제가 이 공간을 눈쌓인 12월로 표현한 이유는

나(주관)라는 주체와 사회(객관)라는 객체가 어떻게 직조되어 가는가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 입니다.

다람이와 달수의 뒷편으로 아스라히 사라지는 눈 길위의 발자국이 우리 각자가 걸어가는 '시간'을 의미하구요,

나와 사회가 만나는 지점으로서 '역사'를 표현하기에 인정전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예요.

개인이든 사회이든 세월이 흐르면 모든것은 사라져 가고 그 형태를 하얗게 덮어 버리는 눈 쌓인 형태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저 그 눈 속의 파묻힌 파편들을 헤집고 파내며 거울로 삼기도 하고 신기해 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이번주가 지나면 우리는 또 다른 캘린더를 꺼내어 들고 새로이 다이어리를 써 나가겠지요.

편의상 우리가 송년, 신년이라 부르지만 시간은 저 하얀 눈발처럼 이렇다 저렇다 구분 없이 그저 도도하게 모든것을 하얗게 사라지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이 녹으면 또다시 해사한 꽃들이 얼굴을 내밀테고요.


올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시고 밝아오는

계묘해 뜻깊은 시간들을 만들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이제 계묘해 달력을 인쇄하러 가봐야겠어요.

들러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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