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언젠가는 실재했을 그 순간이 낡은 사진 한 장속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부재한 증조부의 존재,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 이 모든 게 문득 몹시 낯설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창덕궁은 내 어릴 적 추억이 서린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역사의 흔적이다. 고풍스러운 이 궁은 경복궁이나 덕수궁과는 또 다른 미학이 있다. 부재한 증조부님이 사진 속에서는 실재하듯 창덕궁의 고요함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드나듦으로 북적임이 실재했을 것이다. 실재했다가 사라지고 마는 순간들이 바스러지는 낙엽처럼 머릿속에서 부스러진다. 지나간 시간들과 현재의 경계가 어디쯤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