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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종대 Sep 08. 2021

그때 그 말 2

각박한 인심 "마스크 안 쓰면 못 탑니다!"

얼마 전, 읍에 볼일이 있어 관내 시골버스를 탔다. 얼마쯤 갔을까 버스가 간이정류장에 섰다. 승객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은 보이질 않고 이내 버스기사분의 큰소리가 들렸다.

"마스크 안 쓰면 못 탑니다."

뒷자리에 앉은 탓에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태워 달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안된다니까요 안돼요"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하려고 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잠시만요"

일단 버스를 세우고 앞으로 나갔다.

"사람은 태워야지요"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스크 여분 하나를 윗옷 주머니에 넣어왔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남자 어르신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힘없이 서 있었다. 포장을 뜯어 꺼낸 마스크를 내밀었지만 지팡이를 잡고 있는 두 손이 너무나 무겁게 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씌워드렸다. 어르신이 버스에 올랐다.


관내 시골버스 이용객은 대부분 노인분들이다. 장날에 볼일을 보러 가거나 병원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늙고 병든 것도 서러울진대 버스기사에게 잔소리 들어야 하고 마스크 안 썼다고 승차거부까지 당해야 하니 그 억울함이 오죽하시랴!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버스가 읍 정류장에 도착했다. 어르신이 내리면서 인사를 하셨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까먹어서..."

그리 멀지 않은 우리들의 미래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마스크 안 쓰면 못 탑니다"

세상인심이 너무 각박해진 말이다. 이런 말 안 될까

"어허 마스크 깜박했지요 이럴 줄 알고 비상용으로 준비 해 놓은 마스크 있는데 이거 쓰시고 얼른 타세요"

조금의 관심과 사탕 값 정도의 돈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음 날, 버스회사와 군청에 전화 걸어 비상용 마스크 배치를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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