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배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by 아르테나

“요즘 유행하는 이 릴스 봤어? 진짜 웃기더라.”

요즘 이 말은 새로운 인사다. 안부를 묻듯 우리는 유행을 나누고, 그 속에서 서로의 관심을 확인한다. 어제의 콘텐츠가 오늘의 대화가 되고, 또 다른 흐름이 금세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세상의 속도는 빠르고, 우리는 그 흐름을 읽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는 그 법을 이미 오래전에 배웠다.

“내일은 비가 오는 구먼. 사람은 뉴스를 꼭 봐야 해.”

고추와 쌀 같은 농작물을 직접 기르던 할아버지는 밤 9시가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으셨다. 할아버지에게 뉴스와 날씨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농사의 방향이었고, 내일을 준비하는 기준이었다. 햇빛이 비치면 그에 맞춰 모종을 심으셨고,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고추가 잘 자라겠다며 기뻐하셨다. 할아버지에게 날씨를 읽는 일은 곧 삶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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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날씨를 읽으며 농사의 방향을 정하셨듯, 나는 트렌드를 읽으며 일의 방향을 정한다. 트렌드를 읽고 활용하는 디자이너이자 SNS 인플루언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만 열어도 트렌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색어와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관심을 정리해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나는 종종 직접 성수동으로 향한다. 가장 감각적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고르고, 어떤 색과 물건을 소비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오가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멀리 가지 않아도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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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올리브영과 다이소다. 올리브영은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상품으로 번역되는 곳이다. 최근 가방에 키링을 다는 유행에 맞춰 키링 립스틱이나 키링 파운데이션처럼 실용성과 재미를 결합한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다. 작은 제품 하나에도 지금의 감각이 담겨 있다. 다이소 역시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반영한다. 봄이 오면 분홍빛 벚꽃 텀블러와 감성을 자극하는 컵, 스티커들이 매장을 채운다. 가격은 가볍지만 아이디어와 속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그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색의 조합과 패키지, 사람들의 손길이 오래 머무는 지점을 관찰한다. 이런 작은 관찰이 쌓여 디자인의 방향이 되고 콘텐츠의 감각이 된다. 돌이켜보면 할아버지가 뉴스로 날씨를 읽었듯, 나 역시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시대의 기류를 읽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날씨가 농사의 기준이었듯, 나에게 트렌드는 일의 기준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불안을 호기심으로 환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지내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문득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디자인 공부라는 명분을 붙여 올리브영과 다이소로 향한다.

다양한 제품과 트렌드의 흐름을 천천히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질문이 생긴다. 무엇이 사람들의 손을 붙잡는지, 어떤 색과 분위기가 선택받는지 바라보는 동안 불안은 서서히 옅어지고 대신 호기심이 자리를 채운다. 기분 전환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나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공기를 느끼고, 사람들이 머무는 흐름을 읽기 위해 간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하루의 방향을 잡는다.


할아버지가 밤 9시 뉴스로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셨듯,

오늘도 나는 트렌드를 읽는다.

할아버지의 날씨처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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