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2주에 하나씩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녹아내리는 빙하도, 열대우림의 희귀 동물도 아닙니다.
바로 '언어(Language)'입니다.
어느 외딴섬의 늙은 할머니가 눈을 감으면, 그 부족이 수천 년 동안 간직해 온 고유한 세상의 창문 하나가 영원히 닫힙니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마음 한구석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묘한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단어가 멸종된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사전의 두께가 얇아지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던 '다정한 방법' 하나가 세상에서 지워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단어를 쏟아내며 사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는 1초에도 수천만 개의 문장이 범람하고,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퉁치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연결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점점 더 입을 닫고, 외로워지고 있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진심을 숨기고, 쿨해 보이고 싶어서 먼저 연락하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숫자 '1'이 사라지는 것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정작 눈을 맞추고 진짜 안부를 묻는 법은 잊어버렸습니다.
소통은 가장 쉬워졌는데, 관계는 가장 어려워진 소란스러운 세상.
이 에세이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쓸쓸한 사전입니다.
저는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아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화자가 모두 사망하여 화석이 되어버린 말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간절히 원하면서도 거절당할까 봐 눈치만 보는 칠레 야간족의 '마미흘라피나타파이',
누군가 오는지 보려고 자꾸만 문밖을 서성이는 이누이트족의 '익추아르포크',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신 서로를 살게 하자는 일본 아이누족의 '우레스파'까지.
먼지 쌓인 이 낯선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어 닦다 보면, 신기하게도 지금 우리의 웅크린 모습이 보입니다. 이 단어들이 멸종된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관계의 본질'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 소란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고 침묵하는 당신에게 사라진 말들로 안부를 묻겠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위로 대신, 누군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을 이 조용하고 투박한 단어들이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기를 바랍니다.
가장 조용한 사전의 문을, 이제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