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의 확신과 나의 동공지진
작년 가을, 우리 동네 구민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나다니며 공사하는 줄만 알았는데, 이미 시범 무료 강습 중이란다.
요가, 필라테스는 마감. 남은 건 오전 라인댄스반 하나.
행과 열 맞추는 걸 좋아하는 나는 ‘라인’이라는 이름에 괜히 끌린다.
게다가 무료. 망설일 이유? 없다. 바로 신청한다.
아침, 추리닝 차림으로 슬렁슬렁 도착한다.
문을 여는 순간 멈칫.
여긴 이미 무대다.
60~70대 어머니들, 풀메이크업에 머리 뽕을 바짝 세우고 반짝이 상의에 구두까지 장착 완료.
나는 운동화에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대충 봐도 내가 제일 어려 보인다.
(이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다.)
한 분씩 다가와 내 차림을 점검하신다.
“그렇게 입고 춤이 되겠어?”
“운동화는 좀…”
나는 구석에 찌그러져 눈곱을 떼며 정신을 수습한다.
10시 정각.
출석부를 든 빨간 머리 선생님이 다가온다.
빨간 스커트, 블랙 블라우스. 카리스마가 교실을 압도한다.
“처음이지? 복장이 좀 불량하네. 끝나고 나 좀 봐.”
갑자기 상담 분위기 .
음악이 흐른다. ‘철없던 사랑’.
전주가 시작되자 어머니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군무다. 완벽한 군무.
나는 그 사이에서 표류한다.
앞을 보면 옆이 틀리고, 옆을 보면 내가 틀린다.
사방 얼굴을 읽으며 ‘지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만 정확히 파악한다.
턴은 한 박자 늦고, 발은 계속 꼬인다.
그런데도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수업이 끝날 즈음, 선생님(77세라고 수업 내내 강조하심)이 나를 부른다.
“자네, 리듬감이랑 힘이 아주 좋아.”
(네?)
“내가 3개월만 집중지도 하면 강사로도 뛸 수 있어.”
맙소사.
저는 50분 내내 제 발등을 밟았는데요?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게 결정타.
“나한테 30만 원씩 주고 3개월 배우면, 봄부터 60은 벌어.”
그 순간 머릿속에 경보음이 울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혹시 댄스 다단계?
‘라인’이 아니라 ‘라이프 체인지’ 코스였던 건가.
나는 누군가가 나를 급히 부르는 척,
아주 애매한 미소를 남긴 채
빛의 속도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라인댄스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행과 열은 여전히 사랑하지만,
30만 원짜리 리듬감은
아직 감당할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