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을 꿈꾸며 떨고 있습니다

떨리는 다리로 배우는 우아함

by 하하

나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재능은 있다.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다.
문제는 잘하는 운동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외모만 보면 태릉선수촌에서 막 훈련을 마치고 나온 사람 같다.
어깨도 떡 벌어졌고 하체도 제법 단단하다.

그래서 가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묻는다.


“운동 오래 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많이 하긴 했는데...... 잘한 적은 없다.


나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운동이 생기면 일단 해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도 1년은 해보자.”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게 시작된다.
시작은 의욕 넘치고,
중간은 고통스럽고,
결과는 늘 어딘가 아쉽다.

요즘 내가 버티고 있는 운동은 **바레(barre)**다.
발레 동작에 필라테스와 근력 운동을 섞은 방식이다.

설명만 들으면 참 우아하다.
발레 음악이 흐르고
팔을 길게 뻗고
발끝을 세우며 부드럽게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알게 된다.


이건 발레 음악에 맞춰하는 근력 지옥이라는 것을.

이걸 1년 조금 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운동할 때마다 거울 속 내 모습에
내가 먼저 놀란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 나는
잔잔한 호수 위를 떠다니는 백조다.
팔을 길게 뻗고
고요하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코어는 버티지 못하고,
엉덩이는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백조는 사라지고
호수에 빠져

“사람 살려~~!!”

하며 허우적대는
물오리 한 마리가 거울 속에 있다.

그래도 젊고 예쁜 친구들 사이에서
50분을 버티고 나오면
이마에 맺힌 땀방울만큼
마음속에도 작은 뿌듯함이 맺힌다.

운동 내내 귓가를 맴도는 음악도
나를 괜히 조금 더 경쾌한 사람처럼 만든다.

우아함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도

떨리는 다리로 백조를 연습한다.
아직은 물오리지만.

매거진의 이전글행과 열을 사랑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