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돌아오는 시간

질문을 품고, 다시 쓰기 시작한 밤

by 하하

지난 목요일, 참 오랜만에 저녁 외출을 했다.

밤공기를 느끼며 걷는 원서동 골목에서 내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새로 시작하는 글쓰기 모임의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하루가 그렇게 더디게 가더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속도를 냈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휙휙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느새 나를 자주 놓치고 있었다.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를 느끼던 순간, 글쓰기는 말없이 그 자리를 내주었다.

글쓰기가 나를 나에게로 데려오는 일이라면,

이 모임을 선택한 이유에는 글만큼이나 사람이 있었다.

글로 마음을 나눠온 이들이라서, 함께 쓰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했고

낯선 동네의 어둠은 잠시 긴장을 불러왔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따라왔다.

처음이 주는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에도 눈이 달린 듯 분위기를 풀어주는 작가님의 배려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명함 한 장으로 충분했던 자기소개가, 일을 내려놓고 나니 뜻밖에도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말도, 생각도.

여기저기 다니며 나를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은 나 자신을 잘 모른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함께 글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응원하는 시간이

언젠가는 나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싶었다.

완성된 답은 없었지만,

질문을 품고 이들과 함께 쓰는 동안

나는 나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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