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 여수로 향하고, 냄새는 객실에 머물고—나는 전주에서 내린다
기차 안은 오늘도 작은 세계다.
사람 수만큼 캐리어가 있고, 캐리어만큼 사연이 있고......
그리고 그만큼의 냄새가 있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이른 점심시간, 여수행 열차에 올라타자마자
여행의 설렘보다 먼저 도착한 건, 음식 냄새다.
아니, 정확히는 한상차림이다.
여수 꽃놀이 아주머니들은 출발 신호 따위 기다리지 않는다.
앉자마자, 아니 엉덩이가 의자에 닿는 그 찰나—
일제히 보따리 개봉식이 시작된다.
김밥은 기본 옵션, 계란은 서비스, 국수는 메인.
거기에 정체를 밝히지 않는 ‘히든카드 반찬’까지 슬쩍 올라오면 이 칸은 더 이상 여수행이 아니다.
전국 팔도 순회 이동식 백반 뷔페, 심지어 무제한 향기 제공이다.
문제는, 창문이 안 열린다는 것.
이건 거의 밀폐형 시식 코너다.
배는 고픈데, 코는 이미 두 끼째 먹었다.
심지어 메뉴 선택권도 없다.
설렘 반, 냄새 반.
다행히 나는 여수까지 가지 않는다.
중간에서 내린다.
오늘 여행의 핵심은 관광지가 아니라
‘탈출 타이밍’이다.
전주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마치 내 이름 부르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난다.
역(逆)방향으로 흐르는 공기 속에서
나는 조금, 아니 꽤 진심으로 어지러운 상태로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