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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May 25. 2023

무기력 침공

-무기력 생존일기 1

이 글은 어느 날 갑작스레 내 삶에 찾아온 무기력과 싸워나가는 생존일기이다. 부디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작은 쪽지가 되길 바라며...





1.

불시에 그가 왔다. 그 녀석이 이름이 무기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쯤엔 이미 나의 절반은 삼켰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나름 한 열심하며 그림만 그리고 살았던 십여 년의 시간이 무색해졌고 무의미해졌다. 먼저 해처럼 빛나던 나의 열정이 사라졌다. 지구에 해가 없으면 멸망은 시간문제이듯 열정이 사라지니 모든 것에 의미가 없어지고 그야말로 무기력이 나인지 내가 무기력 그 자체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을 좋아했는데, 관계도 만남도 소원해졌다. 꾸역꾸역 나가는 모임엔 -무기력에 침공당해 멘털이 쓸어버림을 당했음!-을 종이에 적어 이마에 붙이고 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실 이전의 나는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나 열심히 살고 있어'를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무기력 침공 전에는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한 해 두 해 나이의 앞숫자가 달라지니 소위 잘 나가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나는 왜? 나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왜 제자리지'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나? 나는 여태껏 운이 좋아서 일을 한 것이지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애매한 재능.. 억울함이 안개처럼 펼쳐지고 나는 무기력이 데려온 우울에게 삼켜졌다.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지 싶었다. 즐겁고 싶었다. 그리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희한하게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것도 없이 무료한 하루를 사는데도 잠은 밤이고 낮이고 끝도 없이 쏟아졌다.  



이윽고 잠이 들 때마다 이대로 다시는 깨고 싶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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