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로 살아남기
-무기력 생존일기 3
초등학생 시절,
나는 내가 잘하면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래야 송장 같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웃었으니까.
학교에서 친구와 싸워도, 괴롭힘을 당해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걱정 끼치지 않는 착한 딸이고 싶었다.
또래 친구들은 만화영화 이야기, 가족 여행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를 해댔지만
나는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지 못했다.
“엄마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지?”
퉁퉁 부은 눈을 휴지로 꾹꾹 누르며 말하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서...
또 그놈의 이민가방이 집에 없을까 봐 불안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싫은 소리를 못 하고, 거절을 못 해 쉽게 휘둘렸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호구 잡힌 스스로를 자책했다.
직장에서는 적막을 견디지 못해 상대가 불편할까 봐 억지로 분위기를 띄웠다.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봐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가면은 점점 두꺼워지고, 포장은 더 견고해졌다.
“엄마, 나 버리고 가지 마.”
“내가 착한 딸 할게.”
“내가 엄마 말 잘 들을게.”
그 말들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작게 반복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