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밖에서 심장이 반응한다

by 행북

1년 중

가장 기다려지고 설레는 날을 꼽자면

아마 오늘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생일보다도

내게 더 소중한 날이다.


온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서.


경직되어 있던 표정들이 풀리고,

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다른 날보다

사람 냄새가 더 짙게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조용히 사랑하는 사람과

집에서 보내려다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눈꽃산행을 가기로 했다.


기념일이면 늘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을 골라왔는데,


이제는 남편과

손을 잡고

하나씩 해내고 싶어졌다.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바다에서 함께 러닝을 했고,

오늘은 산을 오른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고개를 넘는 순간을

기념한다는 것.


불편함을 함께 지나왔을 때

우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눈 위를 걷다 문득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캐럴이 흐르고

노을이 겹쳐질 때

가슴이 다시 한번

조용히 벅차올랐다.


일상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늘 이렇게

낯선 환경,

루틴 밖에서 찾아온다.


새로운 공간에 서면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고,

감동이 들어온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도

세상에 직접 몸을 던지고,

부딪히며 살아가겠다고.


인생에 오래 남는 기억은

가만히 안전했던 날보다

행동하고 도전했을 때,

심장이 먼저 반응했던 순간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물처럼 눈이 내렸다.


눈을 보러

4시간 거리의 산에 갔는데,

눈이

나를 찾아왔다.


진심은 통한다.


해피 크리스마스.

앞으로도

더 감동하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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