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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골고루 나눠주는 게 아닌가요

by 행북

늘 그랬다.

두루두루 모두와 친한 편이다.

(예전에 직장동료 1명 빼고)


직장에서도 사무실에 6명이 있으면

6명 모두와 대화하며 잘 지냈다.

그 이유는 맞춰주는 성격 때문이다.


누군가 소외되는 것 같으면

괜히 질문을 건넨다.

다 같이 이야기할 때도

그 사람에게 레이더망이 가 있다.


내가 자꾸 말을 걸다 보니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은

오히려 날 불편해할 수도 있다.


그치만 내 성향은,

끌어올려 모두와 평등하게 지내는 것.


어느 날,

나와 유독 친한 후배가 있었다.

장문의 편지도 써줄 만큼,

돈독하다면 꽤 돈독한 사이였다.


그런데 내가 다른 후배들과도

비슷하게 대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자

그 후배는 생각했다.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는

나와의 특별했던 관계를

조금씩 접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정작 누구에게도 깊은 사람이 아니다.”


“모든 이의 친구가 되려는 순간,

누구의 진짜 친구도 될 수 없다.”


나는 회사에서

무리 짓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려고 애썼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단 한 사람과도 깊어지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게 맞는 걸까.


누군가와 깊어지면

다른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제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내 성향은 여전히

모두를 챙기려는 오지랖이 앞선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려운 말을 하나 꺼내기로 했다.


“가깝되 엮이지 말고,

연결되되 기대지 마라.”


이게 관계에서

고수의 포지션이라고 한다.

어려우니까, 고수라고 표현했겠지.


가깝지만 먼 사이.

적당한 거리.

모두와 적당히 잘 지내되,

그 속에서 편안한 사람 한 명은 곁에 두기.


이제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보려 한다.


정답은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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