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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Nov 16. 2022

컵닭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은 온 일가친척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이다. 오랜만에 이모 댁이나 삼촌 댁을 방문하면 너 먹이려고 고기반찬 해 놓았다 하신다. 소, 돼지, 닭 구별 없이 두루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튀긴 닭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음식이 바로 이 컵닭이다.


내가 처음 컵닭을 먹어본 것은 창동이던가 거리이던가 그런 번화가의 컵닭 노점이었다. 요즘에 컵닭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앞 문방구점에서 밀가루는 두껍고 고기 부분도 살코기보다는 닭고기 껍질을 위주로 넣어 튀긴 불량 식품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또 양념에 버무려 낸 닭강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 기억 속 추억의 컵닭은 밀가루 반죽은 얇고, 닭고기 살이 실했고, 중학생 용돈으로 먹기엔 조금 값이 나가는 나름 고급진 군것질거리였다.  양념을 버무린 닭강정과는 다르게 몇 가지 소스 중 한 가지를 골라 뿌리고, 마무리는 레몬빛에 가까운 샛노란 머스터드를 뿌려 먹었다. 


중학교 2학년, 나는 어느 날 점심을 함께 먹던 무리의 친구들에게 "창동이든 댓거리든 가서 컵닭 먹고 싶어" 했더니 친구들이 웃으며 "너는 보면 항상 닭고기를 먹고 싶어 하거나 튀김을 먹고 싶어 하는데 컵닭은 튀긴 닭고기니 당연하지! 조만간 가자"라고 했다. 그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튀긴 닭고기 요리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당시엔 열심히 학원을 다닐 때고, 나름 어렸던 시절이라 고등학생 때처럼 몰래 학원을 빠지고 시내에 놀러 가지는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 그 컵닭 노점들이 없어져서 몇 번 먹어보지는 못했다.하지만  그날 이후 누군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치킨이요!라고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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