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문을 가득 채우던 날, 지윤은 새로 얻은 원룸에서 눈을 떴다. 손때 묻은 휠체어와 깔끔한 방이 그녀의 새 출발을 증명하듯 빛나고 있었다. 지윤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았지만, 부모님 품을 떠나 홀로 자립 생활을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윤아, 너 괜찮겠니?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와도 돼.”
어머니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지만, 지윤은 부모님의 과잉 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은 그녀의 두려움보다 컸다.
첫날 아침, 지윤은 부엌으로 향했다. 싱크대가 휠체어 높이에 맞춰져 있어 간단한 요리를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란 프라이 하나를 만드는데도 실수가 연속이었다. 접시에 계란을 담다가 바닥에 떨어뜨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처음부터 잘할 순 없지.”
지윤은 자신을 다독이며 바닥을 정리하고 다시 도전했다. 이 작은 성공이 그녀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낮에는 동네 슈퍼로 향했다. 계산대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익숙한 시선이었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계산원이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지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할게요.”
혼자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내는 일이 힘들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해냈다. 작은 도전이었지만, 이 또한 자립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저녁이 되자 그녀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녀는 프리랜서로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 밤낮없이 연습한 덕에 이제는 클라이언트에게 인정받는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장애 때문에 일을 맡기기 꺼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실력으로 모두를 설득했다.
이날도 작업을 하던 중 클라이언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다음 프로젝트도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잘하고 있어, 지윤아.”
밤이 깊어지자 지윤은 창가에 앉아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물론 혼자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씻을 때, 이동할 때, 심지어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느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일은 더 잘할 거야.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자립이란 완벽함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한 순간들을 스스로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지윤은 그렇게 오늘도 내일을 향해 걸어갔다, 아니, 휠체어를 밀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