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벽 너머의 미소

by 소현

어느 날, 나는 한적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는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런데 멀리서 휠체어를 탄 한 소녀가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고, 눈에 띄게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가 내 옆 벤치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오늘은 참 평화로워요."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왜 이렇게 밝게 웃을 수 있을까? 그래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혹시 괜찮으시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제가 장애가 있다고 말해요. 제 다리는 태어날 때부터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이 사실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장애라는 게 단지 제 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이 저를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존재한다는 걸요."

나는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세상이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말이 내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게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저를 '안쓰럽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는 이 휠체어가 다리나 마찬가지거든요. 문제는 제가 어디를 가든지 계단이나 높은 문턱 같은 것들이 저를 막아선다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장애는 내 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기준에도 있다.' 그래서 저는 장애란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환경과 사회가 만들어낸 장벽이라고 믿어요."

그녀의 말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장애란 단순히 누군가의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그 결함을 대하는 세상의 태도와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이해한 것 같았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전 괜찮아요. 그 벽을 넘는 방법을 배우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벽을 넘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벽이 낮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날 공원을 떠나며 나는 생각했다. 장애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그녀의 이야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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