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나와 카르멜 언덕 위에 위치한 구엘공원(Parque Güell)에 도착했다.
이곳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고, 안토니 가우디가 그의 경제적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동경했던 영국의 전원도시를 이상으로 삼아 만든 곳이었다.
가우디가 남긴 예술적 공간으로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이들은 이곳을 놓치지 않고 방문하는 듯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도 호기심으로 여행객들 사이로 걸었다.
공원으로 들어서자 언덕중턱에는 자잘한 돌조각으로 만든 정원수 형태의 조각품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인위적으로 형태를 만든 것이 분명하지만 그 형태가 자연과 놀랍도록 조화를 이루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길 따라 걸음을 옮기는 중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은 특이하게 돌조각으로 동굴을 만든 것 같았다. 돌을 붙인 기둥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언덕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이 기둥은 가우디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동생과 나도 동굴벽을 기대어 사진을 찍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입구 쪽 방향으로 내려오자 여러 개의 둥근기둥이 천장을 받들고 있는 곳을 만났다. 마치 신전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천장은 돌조각으로 완성된 모자이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길을 내려오면 도롱뇽 조각이 보였다. 화려한 색상의 타일로 장식되어 신기하게 입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앞에서 여행자들이 모여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기장소였고, 그곳에서 다양한 언어가 귀를 스쳐 지나갔다.
바로 가까이에는 동화 속의 집 같은 건물이 서 있었다.
집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집의 형태로는 보통 직선으로 이루어진 집들이 눈에 익숙한데, 이곳은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만들어진 지붕과 창문 등을 보는 순간 환상적으로 와닿았다. 동화책 속 상상 속 집이 마치 현실로 다가온 듯, 동심으로 돌아 간 기분이 들었고, 그 마법 같은 분위기에 말할 수 없이 즐거웠다.
이 집은 동화 '헨젤과 그레델'에 등장하는 과자로 만든 집을 떠 올리게 했고, 누구나 그렇게 느꼈을 법했다.
현실에 치여 바쁘게 살아온 탓에 오랫동안 순수함을 잃어버린 나를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이 감각이 잠시 나를 행복에 빠지게 했다. 이것이야말로 구엘공원이 추구하는 가장 상징적인 의미, 즉 순수성의 회복에 대한 가우디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구엘공원 안에 위치한 가우디가 거주했던 저택에는 그의 삶이 그대로 와닿았다. 화려한 건축물과 달리 그가 머물렀던 공간은 소박하면서도 자연과 깊이 어우러져 있었다. 단순한 가구와 장식품은 그만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듯했으며 일상 속 그의 삶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지중해 푸른 바다가 쪽빛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바다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가우디가 저기 보이는 지중해의 짙푸른 빛을 얼마나 자주 바라보았을까,
트렌 카디스 기법으로 꾸며진 공원
구엘공원 또 다른 특징적인 것으로는, 휴식의 공간인 광장벤치 군데군데는 '트렌 카디스' 기법인 조각난 타일을 붙여 만든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한 곳에는 푸른 타일 조각으로 꾸민 문양의 형태가 해바라기 또는 태양으로 보였고, 다양한 색 타일과 문양으로 만든 독특한 벤치가 눈길을 끌었다.
공원은 구불구불한 길과 언덕에 자리한 푸른 숲, 돌조각을 붙여 만든 언덕의 기둥들은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었고 이 모든 부분이 그의 예술가적 상상으로 만들어낸 정원처럼 느껴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을 둘러보며, 스페인에서 가우디의 위상이 느껴졌고 가우디라는 예술가가 있었다는 것이 큰 부러움으로 와닿았다.
여행을 마치며
나는 문요한이 지은 <여행하는 인간> 책에서 본, 영국의 탐험가 프레야 스타크(Freya Stark)가 말한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분, 그것은 이역의 낯선 마을에서 아침에 홀로 깨어날 때다." 라는 구절이 떠 올랐다. 여행을 하며 낯선 땅 스페인에서 여러 곳을 옮겨가며 마주한 아침은 새로움이라는 호기심과 신선함으로 하루를 열였던 날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였던 바르셀로나 몬세라트를 시작하여 그 지역에 위치해 있던 광장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역사적 격변을 겪은 현장을 걸어 보았다.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 담은 발렌시아를 거쳐 그라나다로 이동하여 알람브라 궁전으로 갔다. 궁전이 지니고 있던 아름다움에 옛이야기가 흘러나올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협곡이 있는 론다를 거쳐 세비아로 이동하여 대성당과 스페인광장을 둘러보았고, 다시 포르투갈로 넘어갔다. 리스본과 까보다로까를 방문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대 항해의 시작점을 보았고 그 후 세계는 다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 것을 알 수 있었다.
파티마에서는 대성당을, 다시 톨레도로 이동하여 오랜 시간을 이어온 고도를 바라보며 무수한 역사를 층층이 쌓여 있는 땅 위를 걸었다. 대성당과 그곳에 전시되고 있던 엘그레코가 그린 실제 그림도 마주했다.
마드리드 고야 미술관에서 고야, 벨라스케스를 마주했고, 그곳 광장도 둘러봤다. 사라고사를 그쳐 다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여 가우디가 건축한 성 가족 성당과 구엘공원 방문을 끝으로 모든 여행이 끝났다.
이곳을 끝으로 모든 여행 일정을 끝내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간다. 여행하는 동안 스페인을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게 이끌어준 가이드분과 헤어지며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이동했다. 스페인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이어온 나라로, 이번 여행은 스페인을 직접 걸어보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휴가로 떠난 여행길이었는데, 아마 살아가면서 이곳 스페인의 곳곳을 오래도록 떠 올리고, 내 마음을 채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