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오후에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호텔에서 출국 짐 정리를 모두 끝냈다. 오전 여행지를 남겨두었지만, 오랜 시간 기내에서 지낼 편안하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차려입었다.
호텔에서 조식을 끝내고 사라고사를 출발하여 약 3시간 30분 정도 지나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사월의 문턱에 들어선 바르셀로나는 강한 햇살로 기온이 올라 더웠다. 시내에서 가든식 점심을 먹은 후, 스페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 올리는 건축물이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걸어서 이동 중 길 옆에 자리한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마음에 두고 있었던 크림이 떠올랐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동생과 나는 약국으로 들어서자 약사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크림의 가격을 알아보니 이미 알고 간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조금 세일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두 손을 흔들며 거절을 하여, 우리는 그곳을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약국에서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몇 개를 구입했다.
길에는 군데군데 상점이 보였고, 여기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며 도착한 성당 입구는 하늘 높이 솟은 탑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안토니 가우디가 건축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여태 보아왔던 건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내가 보아 왔던 성당들은, 대부분 로마네스크나 고딕 양식이었기에 가우디성당은 상상력에서 탄생한 듯했다.
성당건물이 마치 옥수수가 땅을 받치고 있는 듯 높이 솟아 있는 모습에 놀랐다. 이때, 언 뜻 떠오르는 곳으로 몬세라트 바위산이 눈앞에 일렁거렸다. 높은 산에 우뚝 얹혀있던 그 바위 돌과 눈앞의 성당 건물이 왠지 서로 닮아 보였다. 책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에서 가우디가 몬세라트 산 바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앞에 서 있는 외관은 마치 그곳 바위를 옮겨 세운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우디 성당은 그가 처음부터 설계한 것은 아니었다. 최초 설계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 이 로사노였다. 바로크 양식으로 설계를 했고 1년 후 사임을 했으며, 그 후 안토니 가우디가 이어받아 재설계를 하여 지금의 형태를 이루었다고 한다. 2026년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일부 지연이 되고 있었다. 착공 연도는 1882년에 시작하여 현재 2025년 기준으로 무려 143년째 공사 중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거나 성당의 외관을 목을 세우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 보이는 성당은 독특한 형태로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 예술품 앞에 그저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여행 중 둘러봤던 세비아 대성당과 톨레도 대성당과는 많이 다른 이곳 외부건물이 눈에 들어왔지만, 내부는 그래도 성당이니 그곳의 성당과 별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그와 함께 호기심에서 비롯된 궁금증이 남았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 쪽 건물 외벽에는 예수의 탄생과 초기 생애를 상징하는 세 개의 문이 조각된 부분이 보였다. 왼쪽에는 희망의 문이, 중앙은 사랑의 문이, 그리고 오른쪽엔 믿음의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앙에 있던 사랑의 문 부분으로 눈을 돌리자, 문 위에는 수태고지와 예수의 탄생, 그리고 천사들과 동방박사의 경배 장면이 조각으로 가득 이어졌다.
외벽을 본 후 내부로 들어서자, 햇살이 성당 내부를 환하게 비추며 쏟아져 내렸다. 외부에서처럼 내부도 보통의 성당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숲 속의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태양 빛이 가득한 자연 속에 감싸인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곳이 바로 천국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었다.
천장 위로 고개를 들자 커다란 해바라기가 눈에 띄었고, 특히 나무 가지가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내부 모습이 신비로웠다. 가지 사이로 커다란 잎사귀가 조각되어 달려 있었고, 나무들이 촘촘히 서 있는 듯한 모습은 여태껏 보아왔던 성당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마치 식물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착각에 빠졌다. 마치 숲을 성당 내부에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바라보다 문득, 인간이 만든 세속의 세계보다 자연 속에서 평화와 기쁨을 찾기를 바랐던 가우디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전해지는 듯했다.
동쪽엔 탄생이라는 생명과 희망을 담기 위함으로 푸른색 빛으로 꾸며졌다.
숲이 우거진 자연 속에 있는 기도의 공간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난--어둠 속의 희생
서쪽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붉은색으로 말한다. 이처럼 빛에 따라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밖에도 성당 내부에서 가우디의 흔적을 전시하는 곳을 둘러보았다. 의자나 문고리등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그의 손을 거쳤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고, 성당은 그가 모든 정성을 다 쏟아부었음을 느끼게 했다. 내부 여러 공간을 살펴본 후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출구 쪽의 피사드에는 예수의 수난 장면들이 조각으로 이어져 눈에 들어왔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최후의 만찬에서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모습등이 펼쳐져 있었다. 성당 외벽은 마치 성서를 그대로 알리는 듯한 조각들로 가득했다.
외부와 내부를 둘러보며 그 모든 것이 그의 정신이 스며든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는 이 공간을 통해서 성서의 가르침에 가까운 삶을 조용히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우디 성당은 건축이 완공된 상태가 아니었다. 현재도(2025년) 계속 공사 중인 높은 탑들을 볼 수 있었다. 완공이 되는 날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가우디 성당을 보며 그의 남다른 상상력이 놀라웠다. 현대 AI 시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눈앞에 마주하듯, 이곳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작품이 아니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성당을 나와 안토니 가우디의 또 다른 작품이 있는 곳이 있는 구엘공원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냐에서 점심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