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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새로운 장르의 시작

by 엘라리

미국에서 30년 동안 일만 하며 치열하게 살던 나는, 갱년기 탓인지 몸이 너무 힘들어하던 일을 정리하고 딱 3년을 쉬어 보기로 했다.


30년 동안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미국 약사로 10년을 일 하고 나서 헬스 케어 사업을 시작했다.

약사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직업임에 불구하고 완벽하지 못한 영어 실력은 늘 나의 약점이었다. 그 약점 때문이라도 나는 치열하게 늘 긴장하며 살아왔다.

중학생 아이들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혼자 시작한 사업은 10년이 넘어 400명의 직원들을 고용한 큰 사업이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내 몸은 스트레스로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 ‘이러다 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전화도 거의 오지 않는 조용한 날들을 강아지랑 둘이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괜찮은 것 같았다. 가끔은 여행을 하고 그럭저럭.. 하지만 어느 날, 아들의 걱정스러운 염려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대로 좋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 인지도 모른다 라는.. 이렇게 있다가 알게 모르게 사회 부적응 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새로운 장르의 인생을 살아 보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우리는 내가 내 인생을 주도하며 사는 것 같지만, 항상 모르는 손에 이끌려 홀린 듯 그곳을 보고, 홀린 듯 그 손을 잡고 나아간다. 물론 내 결정도 필요하다. 내 앞에 못 보던 손이 주어졌을 때, 그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여지고, 두렵고, 그냥 지금 이대로 주저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나도 그랬다. 이미 30년이나 익숙해진 미국에서, 세 번째 아이 같은 내 강아지랑 산책을 하고, 말동무를 하고,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얽혔던 삶을, 뒤로 하고, 조용히 그렇게 혼자서.. 하지만 지금의 100세 시대에,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면.. 그때 30년 전에 뻔히 보이던, 한국에서의 미래의 삶에 도전하듯, 미국으로 왔던 것처럼, 나는 지금 뻔한 미국에서의 미래의 삶을 두고, 다시 한국으로, 뻔하지 않을 미래를 만들어 보려고 돌아왔다.


지금 내 미래가 불안한 이유는,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진정으로, 혼자 서 본 적이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의 글들은, 50이 넘은 혼자인 여자가, 후회 없이 혼자서 100세 시대를 독립적으로, 잘 살아 갈려는 여정이다. 지천명이 넘었지만, 늘 잘 살기를 고민하고,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좌충우돌의 삶을, 같이 공감해 줄 수 있는 독자와, 혹시라도 혼자인 삶을 살고 있는 50을 넘을 사람들과 이미 넘은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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