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한미사

by 엘라리

미국에 있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은 뒤였다. 169평짜리 집을 비워 둔 채 오가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독립하자마자, 집은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아들은 나가면서 내 방 가구만 빼고 거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무렵, 내 마음이 바뀌었다.
집을 팔고 싶지 않아 졌다.

문제는 이미 부동산 계약을 했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는 보통 한 에이전시와 독점 계약을 맺는다. 계약 기간 동안 집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고, 중간에 거둬들이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계약서대로라면 6개월. 마음을 바꾸는 대가는 2만 불, 한국 돈으로 삼천만 원에 가까웠다.

그 돈을 그냥 내느니,
차라리 팔아도 후회하지 않을 가격으로 팔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집을 거의 비워 두었다.

강아지가 아프다.
일하는 아들을 대신해 내가 돌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집에는 다이닝 테이블이 없다. 밥은 서서 먹는다. 그릇이나 생활용품은 꼭 필요한 것만 캐비닛에서 꺼내 잠깐 쓰고 다시 넣는다.

문득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사람은 살고 있지만, 누군가 집을 보러 와도 생활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

이렇게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물건 없이도 잘 산다는 사실을.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것들로 집을 가득 채워 두고 살았을까 싶다.

그런데도 하나, 끝내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다이닝 테이블.

아들에게 돌려달라고 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래서 그냥 하나 샀다.
아들이 가져간 건 Made in Italy,
내가 산 건 세일을 자주 하는 미국 브랜드였다.

이상하게도 괜찮았다.
조금 덜 좋은 대신,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

이렇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삶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