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미한사, 미국과 한국 사이

by 엘라리

2010년 미국의 어머니날 (Mother’s day)에 강아지를 샀다. 막연하게 어떤 걸 사야 할지 는 결정 못한 체, 그냥 여기저기 찾고 있었다. 그때는 인터넷 시대가 아니어서 신문을 보고 찾던 중,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을 우연히 찾아갔다. 개들이 작은 유리로 된 전시관에 각각 전시되어 있었고, 나는 그중 미니쳐 쉬나무저를 골랐다. 두 마리가 있었다. 하나는 Salt & Pepper color, 또 하나는 까만색에 하얀 수염이 난 강아지였다. 우리 가족이 들어간 작은 접견실에 강아지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코코는 그중 까만색이었다. 처음에 코코는 가만히 앉아 우리를 쳐다보더니 나한테 먼저 걸어왔다. 내가 코코의 머리를 쓰다듬고, (강아지 사달라고 몇 년을 졸라대던 딸) 누나한테 가봐 했더니, 정말로 우리 딸에게 코코가 갔다. 너무 신기했다. 다음에 들어온 Salt&Pepper 는 장난이 많고 천방지축이었다. 두 마리 다 하자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나는 코코만 안고 나왔다. 족보까지 받아 들고. 근데. 뭔지 모르게 코코에게서 자꾸 냄새가 났다. 두 군데를 거쳐간 병원에서 코코가 중이염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귀에서 나는 냄새였다. 일주일 안에는 강아지에게 문제가 있으면 돌려줄 수 있었지만 그냥 보살펴 주고 싶었다.


중이염 치료를 시작으로 코코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배변 훈련, (카펫을 하나 버렸다), 잠버릇(밤마다 울어서 결국은 우리 침대에서 재웠다), 정관 수술… 힘들지만 즐거웠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별다른 대화도 없던 우리 집은 강아지 하나로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코코는 딸보다 나를 제일 많이 따랐다. 내가 늦잠을 자면 오후 12 시 까지도 일어나지 않고 내 옆에서 같이 잤다. 코코의 쉬를 위해 자다가 일어나야 하는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코코는 언제나 밤 10시가 넘으면 내가 언제쯤 자러 가나.. 내내 눈치만 보다가, 내가 자러 갈라 치면 치면, 그때 내 침대 위로 먼저 뛰어 들어갔다. 외출하고 들어 오면 어디 갔다 왔냐고 한참을 짓어대고(누가 들으면 강아지를 때리는 줄 알 것이다. 워낙 울고 불고 해서), 피아노를 치면 옆에서 같이 노래를 불러 주었다. (지금은 귀가 안 들려서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해 노래를 안 부른다, 슬픈 일이다)


이혼 중에 코코를 동생집에 맡겨 놓고, 주말에만 코코를 데리러 간 적이 있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면 사정없이 울면서 달려왔던 코코, 내가 보고 싶어 밤마다 울었다는 코코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그러다, 코코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사고, 뒷마당으로 자유롭게 나 다닐 수 있는 개 자동문을 설치했다. 둘이서 그림처럼 살고 있었다.


14살이 된 코코를 아들에게 맡기고 한국을 나가서, 6개월 만에 와보니, 코코는 아들만 쫓아다니는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나한테 버림받은 마음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 서운 했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다시 6개월 만에 오니, 코코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나를 얼른 알아보지도 못했다. 어느새 코코는 잠만 자는 할아버지, 개나이 15년 플러스, 사람나이로 105살이 넘었다. 집을 팔기로 해서 정리도 해야 했고, 그전에 그 집에서 좀 더 코코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도 싶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2달 더 연장하고 코코랑 지냈다. 차츰 코코도 다시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내가 피아노를 치면 노래는 안 불러도 피아노 밑으로 다가와서 연주를 듣는다. 아마 몸으로 진동을 느끼나 보다.


이거였다. 코코가 내 마음 가득히 채워준 사랑, 행복, 마음의 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