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아는 시작 앞에 서다

나는 목사다

by Darth Vader

#10. 자유를 아는 시작에 서다.


나는 목사다.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 고개를 숙이고, 모른척 하고 싶은 시대. 목사라는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나는 목사로 산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부터 ‘좋은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엄마의 기대부터인지, 어려서부터 들은 사람들의 칭찬 때문인지, 대학교 때 만난 한 목회자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 교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식상 하지만 약간은 거룩해 보이는 바람 때문인지, 그저 나를 증명하고 싶은 본성적인 욕망을 목사라는 고귀해 보이는 직업으로 채우려는 동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정확히 알 수 없는 여러 가지가 혼잡하게 섞여서 ‘좋은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냈다.

꽤 오랫동안 일요일 저녁이면 누구도 말하지 않은 기준에 망한 것 같은(?) 설교 때문에 괴로웠고, 때론 아주 가끔 괜찮은 설교를 했다는 것에 의기양양하며 꿀잠을 잤다. 일요일 저녁이면 매일 처참한 성적표가 나에게 떨어지는 기분이었고 그 성적표 대부분은 좋은 목사라는 누구도 말하지 않은 기준과 한참은 떨어져 있어 참 괴로웠다. 사람들의 시선과 표정을 해석하는 경지에 왔고, 언제부터인가는 먹이고 돌보는 목자가 아니라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 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지금은 이 강박에서 자유한 것일까? 어쩌면 평생을 거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루크의 탄생과 기존에 익히 듣고, 외우기도 하고, 이제 누구에게 말해주기도 하는 그 기쁜 소식을 다시 듣게 되며 강박에서 조금씩 자유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자유를 아는 시작에 섰다.


"좋은 목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좋은 목사는 교회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 나는 ‘좋은 목사’로 나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생각의 전환은 진정한 아빠께서 좋은 목사라는 자격으로 나를 받아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값없이 아니 가장 값비싼 값인 자신의 참 아들을 통해 나를 받아주신다는 기쁜 소식에서 시작됐다. 그렇다고 게을러지겠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처럼 목자의 사랑을 계속 노력하겠지만 참 아들 안에 있는 안도감으로 이 사랑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루크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루크, 우리 사랑하는 아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돼. 무엇이 되어서 우리 루크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이 아니란다. 루크도 어느 시점이 되면 꿈을 갖게 될 것이고, 그 꿈을 통해 너를 증명하려 할 테지만, 그래서 아빠와 같은 강박에 시달릴 수 있지만 그때 같이 듣고, 또 듣던 복음을 생각하렴.

꿈을 이뤄서 네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너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란다. 아버지께서 너를 구원하신단다. 진정한 아빠께서 그의 참 아들 안에서 아무것도 아닌 우리를 인정해 주신단다. 여기서 안도감을 누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렴."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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