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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에 살아요!

게을러터진 P형이 전원주택에 살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by 이지랖

월,화,수,목, 금을 사람들에게 치이고 가족들에게 치여서..

금요일 밤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런 나날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도망갔다 깊은 산 속 산꼭대기로!!

맑은 공기 씁씁거리면 내 안의 울분이 숨을 통해 나올것만 같았고 사람들 대신 자연에 내 온몸을 맡기면 그나마 살 수 있을것만 같았다.

마음엔 평화~ 뇌에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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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개뿔!!


내가 사람들 피해서 산까지 들어와갖고

이것들과의 전쟁을 펼칠 줄이야!


네~ 맞아요 전 풀하우스에 삽니다


full 이 아니고 풀(草)하우스 되시것습니다.


잡아 뜯어도 또 나고 뒤돌아서면 또 자라있고

아니!! 마음의 안정을 찾으러 왔다가 손가락 관절, 허리 관절 다 나가긋네 진짜~~(아이고 내 도가니야!)




발품 팔아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집을 짓고 한 3년 간은 내 마당에 무슨 나무가 있는지 무슨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지..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 들었을 뿐.. 그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내 맘속에는 일절 없었다.


그렇게 3년 후...

보이기 시작했다.

빨간 꽃을 요란하게 뽐내는 모과나무도

우리집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모과나무에요


무려 3그루나 되는 매화나무도..


벚꽃놀이 할 때처럼 멋지게 휘날리지는 않지만 산벚꽃나무도 두 그루나 내 정원 안에 있었다.

잎과 꽃이 같이 나오는 산벚나무라 엄청 이쁘진 않아요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이 곁에 머물고 있었는지.


그리고 또 보였다. 이 얼어죽을 풀떼기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잘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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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도 심어봤더랬다.


1. 옥수수 모종(1개에 100원)

200개를 사서 의기양양하게 부농이 되어보것다고 줄맞춰 열맞춰 심어서!!

냉해로 폭망!(의욕이 너~무 앞서는 바람에 계절도 앞서 버렸다. 2~3주 뒤에 심었으면 난 지금쯤 부농!!ㅋㅋ)




2. 상추 모종(1개에 50~100원, 다른 모종 많이 사면 그냥 꽁짜로도 주신다)


여러개- 꽃상추, 청상추, 적상추, 로메인상추...

고기만 구우면 텃밭에서 종류별 쌈채소를 뜯어먹것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심었더랬다.

난 몰랐다.

상추도 자주 안 뜯어먹으면 나무처럼 자란다는 걸...

그리고 상추 모종은 한번 심어서 계속 따먹는 게 아니라 1년에 두 번 심어야 된다는 걸.

(넘 게을러터져갖고 상추가 나무로 자라는 바람에 폭망!)





3. 고추 모종( 5개씩은 안판다고 해서 종류별로 10씩 심음)


오이고추, 청양고추, 아삭이고추, 그냥 풋고추

고춧대도 세워주고 바람에 넘어지지 말라고 노끈으로 야무지게 묶어줬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내 딴에는 부지런히 이것저것 고추 모종 비위 살살 맞춰가며 키웠더랬다.

어랏? 역시 애쓴 보람은 있다더니만 하나 둘씩 고추가 열리고 여름에 진짜 양껏 먹을만큼 수확했다.

이것이 바로 농사꾼의 기쁨인가??^^


개뿔!!


언젠가부터 텃밭 주변에 벌레들이 유난히 득실거리길래 자세히 들여다봐야 봤더니만 고추나무가 병에 걸려서 산에 있는 온갖 벌레들을 우리집 텃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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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잎 뒤쪽에 보석같이 반짝이는 이 예쁜이들은 뭘까하고 봤더니만 악!! 벌레 알들?? 고추도 폭망!

모조리 뽑아서 불태웠다. 안그럼 그 알들이 전부 벌레로 탄생???




4. 대파

난 분명 대파를 심었는데 쪽파가 났다(쪽파,실파처럼 비실비실ㅜㅜ)

폭망!!




내 농작물은 이렇게나 폭망해 가는데 이 얼어죽을 풀떼기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뽑고 또 뽑고 또 뽑다가 화딱지가 나서 멱살도 잡아보고

뿌리째 아주 탈탈 털어 패대기를 쳐봐도

2주 뒤엔 또 풀하우스!!

풀들과 농작물을 콜라보해서 온갖 병충해와 냉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천하무적 농작물을 만들어낼 순 없을까??

하는 우장춘 박사급 생각도 해봤다. ㅋㅋㅋ 진짜 그렇게만 되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인뎁..(근데 식물학 쪽에도 노벨상이 있나? 흠...)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나는!

무려 4년 동안이나 모종값 50원도 못건진 후 이런 결론을

얻게 됐다.


농작물계의 최고 똥손! 이지랖!


앞으론 상추고 나발이고 농작물은 절대 심지 않것다!

(부들부들)



그리하여..

풀밭 대신 꽃밭을 만들어보것다는 또 엄청난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는데..과연 그 결과는?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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