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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존재 Oct 16. 2023

옥상 수다

 귀염둥이 남매


우리 동네는 주로 3층 다가구 주택들로,  40년 넘게 살고 계신 분들이 많다.

우리도 이 골목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 동네 토박이로 이사한 번 못해  보고 어른이 되었다.

아침에  상추가 얼마나 컸나  옥상에 올라 보니 상추 잎은  윤기가 반짝반짝 빛나고

방울토마토는 꽃이 다닥 피고  방울토마토 제법 많이 열매를 맺었다.

가을 햇살이 너무도 좋아  빨래 널기 최고의 날씨다.

이 집 저 집 옥상을 구경하고 있는데


옆집 옥상에 아가와 고모가 빨래를 가지고 올라왔다.

아슬아슬하게 걷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안녕" 하고 손을 흔들자

"으응" 손을 흔들고 몇 마디 단어로 엄청난  수다를 떨고는 자전거 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간다.

잠시 후 오빠가 나타났다. 4살이다.

오빠는 우리 골목에  27년 만에  태어난 아이다. 그래서  온 동네 어른들의 귀염을 독자치한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이런 똑똑이 나한테 아줌마라고 하다니

저번에 남편이 옥상에서  만났는데 

"할아버지 뭐 하세요?"라고 질문을 해서 남편이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나한테 아줌마라니 '휴~~~'마음이 놓였다.

"아줌마 몇 층 살아요?"

"3층 살아요"

"어! 나랑 똑같네, 나도 3층인데,  내 친구 승률이도 3층 사는데 그럼 3층에 3개네"

"정말?" 맞장구를 치자

"그런데 아줌마 승률이네가 어저께 이사 간 대요."

그러자 고모가

" 며칠 있다가 간대요." 해석을 해준다

"승률이 이사 가면 누구랑 놀아요?"

"해인이 하고 놀면 돼요. 해인네는 저쪽에 살아요."

"좋겠네 친구 많아서요?"

"그런데 아줌마 우리 동생이 이름이 'ㅈ'이 들어가고 'ㅣ'하고 ' 'ㅇ'하고 'ㅜ'하고

아주 아주 어렵게 설명을 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안아 주고 싶은 굴뚝이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멀다.

"그래서 '지우'에요. 내 이름은 'ㅂ'자하고요, 'ㅏ'하고요'ㄱ'하고요" 숨을 꿀꺽 삼키고, 입맛을 '쩝쩝'다시더니

"ㅊ'하고요'ㅏ'하고요 'ㄴ' 하고요. 휴~~ 긴 한숨,  " 열심히 설명을 하고는

"박찬우예요"

"와!!!! 똑똑이네, 누가 가르쳐 줬어요."

"원래 알아요, 옛날부터 다 알았어요." 빵 터졌다. 4살의 허세가 너무도 귀엽다.

'그럼 나는 공룡시대 사람인가?' 나는 너의 옛날을 다 알고 있다.

"아줌마, 내 동생은 다 부셔요. 그래서 내가 다시 만들어요.

내 동생은 부시기 대장, 나는 만들기 대장이에요"

그 사이 빨래가 거의 널어 간다. 엄마도 올라왔다.

"찬우야, 이제 어린이집 가야 할 시간이네?"  

"아줌마, 동생도 같이 가요. 고모도 같이 가요." 

"벌써, 동생이 어린이집 다녀요?"

"예~~ 직장 복귀하려고요, "

"적응은 잘해요? '첫돌' 지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예, 첫째도 잘하더니, 둘째도 잘하네요."

우리는 "안녕", "안녕"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아이들이, 말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게 자라고 있다.

길에서 만나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동네 어른들도 "안녕하세요." 같이 존경어를 써 준다.

우리 동네에  '귀염둥이 2명'이 골목을 활기차게 만든다.

할머니, 아빠, 엄마, 고모 그리고  동네 어른들이  '2명의 귀염둥이'를 키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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