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윤 Jun 11. 2021

턱시도 고양이 깜지

냥생 2회차

깜지는 현재 3살 된 수컷 고양이다.

얘도 처음엔 암컷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보니 수컷이라고 한다.

깜지는 망고가 입양 오기 1년 3개월 전부터 키우기 시작했는데, 얘는 집 근처에서 비 맞 있는걸 동생이 주워와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내가 처음 깜지를 만났을 땐 이미 눈도 뜨고 사료도 먹을 정도로 자란 상태였지만, 동생 말로는 처음엔 눈도 못 뜰만큼 어렸다고 한다.

깜지는 정말 성격이 순한다.

망고도 어디 가면 고양이가 이렇게 순하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깜지는 망고보다 훨씬 얌전하다.

어느 정도냐면 고양이는 보통 발톱을 깎거나 양치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깜지는 도망은커녕 발버둥도 친 적이 없다. 특히 목욕시킬 때 망고는 물이 살짝만 묻어도 도망가서 굉장히 힘든데, 깜지는 물을 뿌려도 도망가거나 하지 않고 그저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목욕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그제야 싫다고 울음소리를 내곤 한다.

의사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도 애가 왜 이렇게 착하냐며 내 동생 보고 운이 참 좋다고 얘기하곤 한다.



내가 망고를 자취방에서 본가로 데려갈 때 걱정했던 점은 고양이 두 마리 합사 문제였다.

보통 고양이를 두 마리나 키우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성급한 합사로 인해 두 고양이가 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기존에 살던 고양이가 새로 온 고양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 성격 궁합이나 추가 화장실과 밥그릇 등 고려할게 많아져서 보통 한 마리를 입양하고 추가로 한 마리를 더 데려오진 않는다.


자취방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본가에 적응시킬 목적으로 망고를 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 처음엔 망고를 이동장에 넣은 채로 깜지와 얼굴을 보게 했는데, 깜지는 내 걱정과 달리 냄새만 맡고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망고 이동장에서 자는 깜지

망고도 처음엔 가까이 다가는 깜지한테 하악질을  두번 했는데, 두번째 만남에는 자기 이동장에서 자고 있는 깜지를 가만히 바라만 봤다.

이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돌아다니며 놀았는데, 둘이 예상보다 궁합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 집은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솔직히 나도 합사가 이렇게 잘 풀릴 줄은 몰랐는데, 깜지가 다른 고양이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준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보기보다 성숙하고 노련한 아이를 보고 인생 2회차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깜지를 볼 때마다 얘는 2회차 냥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 식구가 생긴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